대북전단·쓰레기 풍선 악순환, 실상은 ‘쌍방 도발’
8·9월 들어 두자릿수로 증가세
지난 5월 이후 남쪽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전단)과 북쪽의 ‘쓰레기 풍선’(풍선) 살포 맞대응이 이어지면서 전단은 8월부터, 풍선은 9월 들어 그 횟수가 두자릿수로 껑충 뛰어오른 사실이 확인됐다. 전단 살포와 풍선 부양이 맞대응 과정에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쪽의 풍선을 지목해 “국제적으로 망신스럽고 치졸한 행위”라 비난하지만, 실상은 ‘일방 도발’이 아닌 ‘쌍방 도발’에 가깝다.
24일 한겨레가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집계한 ‘쓰레기 풍선 살포’ 자료(5월28일~9월23일)와 경찰청의 ‘대북전단 살포 발견 현황’ 자료(5월3일~9월19일)를 비교해보니, 북쪽의 ‘풍선’ 살포에 앞서 거의 예외 없이 탈북민 단체 등의 ‘전단’ 살포 사실이 확인된다. 전단은 5월3일 첫 살포 이후 지난 19일까지 51회, 풍선은 5월28일 시작돼 지난 23일까지 22차례 29일간 살포됐다. 더구나 5·6·7월 한자릿수에 머물던 전단 살포는 8월 12회, 9월(19일까지) 13회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가속도가 붙고 있다. 5~8월에 2~9일 수준이던 풍선 살포는 9월 들어 12일로 껑충 뛰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대북전단 살포 발견 현황’ 자료를 보면 5월3일 인천시 강화를 시작으로 △5월 8회 △6월 9회 △7월 9회 △8월 12회 △9월(19일까지) 13회에 이른다. 5~7월엔 월평균 8~9회인데 8월 12회, 이달은 경찰청 자료가 없는 20~23일 나흘을 빼더라도 19일까지 13회다.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셈이다. 전단 등을 넣은 대형 풍선을 날린 지역도 △5월 4곳 △6월 4곳 △7월 2곳 △8월 5곳 △9월 7곳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8월까지는 인천시와 경기도에 국한됐던 살포 지역이 9월 들어선 철원·속초 등 강원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천 강화가 22회로 가장 많고 △연천(경기) 11회 △파주(경기) 8회 △김포(경기) 6회 △가평(경기)·계양(인천)·속초(강원)·철원(강원) 각 1회였다.
합참이 지금껏 발표한 북쪽의 ‘쓰레기 풍선 살포 현황’은 5월28일 시작돼 △5월 이틀(2일) △6월 아흐레(9일) △7월 나흘(4일) △8월 이틀(2일) △9월(23일까지) 열이틀(12일)에 걸쳐 있다. 7월과 8월에 풍선 살포가 크게 준 데에는, 압록강변 수해 등 북쪽 내부 사정 등이 작용한 듯하다.
북쪽의 풍선은 합참의 발표와 지방자치단체의 ‘긴급 경보 문자’로 실시간 공개됐지만, 전단은 6월 하순 이후 살포 단체들이 언론에 공개하지 않아 그 실상이 알려져 있지 않다. 경찰청은 “대북전단은 풍선에 담긴 전단·생필품·유에스비(USB) 등 낙하물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대부분 야간에 비공개로 살포해 일시·장소·단체 등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갈수록 위기 지수가 높아가는데도 정부는 탈북민 단체 등의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나아가 풍선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시민의 불안이 커지자 마치 북쪽의 ‘일방 도발’ 때문인 양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앞서 합참은 23일 “북한은 5월28일부터 오늘(23일)까지 22차례에 걸쳐 5500여개의 쓰레기 풍선을 부양했다. 우리 국민에게 불편·불안감을 조성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저급한 행위”라며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가 (전단을) 보내니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보낸다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경찰청과 합참의 자료는 ‘일방 도발’이 아닌 ‘쌍방 도발’을 가리킨다. 더구나 사태 발생 이후 월 단위로 비교하면 풍선이 전단 살포보다 횟수가 많았던 적이 없다. 김준형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 시작한 7월부터 지금까지 전단 발견 횟수와 장소 모두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가 전단 살포를 사실상 ‘장려’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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