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재기했는데”…두달만에 또 물잠긴 시설하우스

서륜 기자 2024. 9. 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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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이었던 농장을 빚내가면서 어렵게 복구해 간신히 재기했는데 도로 아미타불이 됐습니다. 다시 농사지을 용기가 나지 않네요."

19∼22일 쏟아진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불과 두달여 전 침수 피해를 입은 익산시 망성면에서도 이번 폭우로 수십동의 시설하우스가 또다시 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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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쏟아진 ‘물폭탄’
부여·익산 등 시설하우스 침수
7월 집중호우 이어 겹재난 ‘막막’
부산·김해·진주도 피해 잇따라
배수로 확장 등 근본대책 절실
21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전북 익산시 망성면의 한 상추 시설하우스. 이곳은 7월10일 집중호우 때는 물론 지난해 7월 호우 때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쑥대밭이었던 농장을 빚내가면서 어렵게 복구해 간신히 재기했는데 도로 아미타불이 됐습니다. 다시 농사지을 용기가 나지 않네요.”

19∼22일 쏟아진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충남 부여와 전북 익산 등에서는 7월에 이어 불과 두달 사이에 두번째 침수 피해가 발생해 농가들을 절망하게 했다. 부산에서는 대저토마토 모종이, 경남 진주에서는 고추가 침수돼 올겨울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부여군 세도면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김종성씨(60)는 “7월 물난리를 당해 1억원 이상 손실을 입은 뒤 큰돈을 대출받아 시설을 새로 하는 등 다시 일어서려고 발버둥쳤는데 다시 침수됐다”며 “방울토마토를 따야 대출금도 갚고 할 텐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수박과 고추를 재배하는 이한우씨(58)도 사정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7월에 수확을 3일가량 남긴 수박 비닐하우스 8동이 물에 완전히 잠기며 5000만∼6000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씨는 “이후 수천만원에 달하는 복구비와 영농비를 들여 8월12일 고추 아주심기(정식)를 했는데 이번에 다시 물속에 잠겨버렸다”며 “이런 식으로 두번 연속 피해를 당하면 버텨낼 농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과 두달여 전 침수 피해를 입은 익산시 망성면에서도 이번 폭우로 수십동의 시설하우스가 또다시 물에 잠겼다. 특히 이곳은 지난해 7월에도 침수 피해를 입은 곳으로, 1년3개월 사이에 세번이나 같은 피해를 입게 됐다.

1만6528㎡(5000평) 규모로 상추농사를 짓는 이의성씨(31·망성면 내촌리)는 “이달 들어 상추값이 오르면서 겨우 손해를 만회하던 중인데, 이번 피해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며 “7월 피해에 대해 특별재난지원금이 나왔지만 기존 매출에 비하면 5%도 안되는 수준이라 대출 상환은 커녕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공들여 키운 상추가 침수된 김성호씨(63·망성면 화산리)는 “해마다 피해는 반복되는데, 펌프장 하나 제대로 짓지 않는 정부가 원망스럽다”며 “지금까지 농민들이 본 손해로 펌프장 설비를 지었다면 이미 다 끝났을 것”이라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대저토마토로 유명한 부산 강서구 일대에서는 모종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강서구 대저2동 이재혁씨(44)는 비닐하우스 16동에서 육묘 중인 토마토 모종을 모두 버려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이씨는 “‘대저토마토’는 씨앗 한알 가격이 280원이나 할 만큼 비싸다”며 “육묘에 들어간 상토·인건비 등을 합하면 피해액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윤 대저농협 조합장은 “피해 농가는 다시 육묘에 나서거나 재차 아주심기를 해야 해 그만큼 작기가 늦어지고 출하물량이 일시에 몰리는 2차 피해도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진주시 금산면에서는 50㏊ 규모의 고추 시설하우스가 침수됐다.

김해시 대동면도 화훼류를 비롯해 배추·무·대파·가지 등 채소류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대동농협은 21일 한때 대중지점 하나로마트가 침수되기도 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비닐하우스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시설하우스 인근 배수로를 확장하고 배수장 펌프 용량을 키우는 등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논이었던 곳에 시설하우스가 들어선 경우 배수 용량을 논 기준에서 시설하우스 기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남엽 부여 세도농협 조합장은 “피해를 당한 후에 보상해주는 정책보다는 피해를 당하지 않게 대비하는 게 올바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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