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정의란 무엇인가, ‘영화 베테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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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는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2015년 개봉한 1편에선 명쾌하게 '이것이 정의다!'라고 답을 주었다.
법망을 피해 가는 재벌을 상대로 한 화끈한 정의 구현은 관객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며 '베테랑'의 흥행을 견인했다.
그래서 '베테랑2'가 말하는 정의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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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는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2015년 개봉한 1편에선 명쾌하게 ‘이것이 정의다!’라고 답을 주었다.
서도철 형사(황정민)와 그의 수사팀은 안하무인 유아독존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끈질기게 쫓아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 법망을 피해 가는 재벌을 상대로 한 화끈한 정의 구현은 관객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며 ‘베테랑’의 흥행을 견인했다. 2편은 1편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지 않는다. 사실 경찰영화의 서사 구조는 단순하다. ‘선이 악을 심판한다.’ 이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특히 한국영화에서 경찰이라는 직업의 특수성(비리 경찰이 아닌 정의 경찰일 경우)은 박봉과 개고생, 절대적 정의감으로 부각된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고 불같은 감정이 이성을 앞지르기 일쑤인 서도철 형사도 예외는 아니다(이쯤에서 떠오르는 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베테랑’의 명대사다). 다만 ‘베테랑2’에서 서도철 형사와 그의 수사팀은 악당의 정체 앞에서 혼란에 빠진다. 그들이 상대하는 건 한명의 악당이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사적 제재의 옹호로 이어지고 있는 어떤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통쾌한 정의 구현에서 진지한 정의 탐구로 방향을 튼 2편에서 서도철은 정의라는 추상적 가치의 실제적 가치를 찾고자 애쓰며 어른의 책임을 고민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베테랑2’가 소재로 삼는 것은 사이버 렉카(온라인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빠르게 자극적인 이슈 몰이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들)와 사적 제재다. 영화는 이른바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법 체계를 조롱하며 악질 가해자를 처단하는 연쇄살인범 ‘해치’를 등장시켜 사회 정의 구현이라는 같은 목표 아래 살인을 정당화하는 해치와 ‘좋은 살인은 없다’고 말하는 서도철을 대립시킨다. 거기에 조회수를 올려 돈을 벌기 위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유튜브 채널 ‘정의부장 TV’를 통해 위험한 가짜 뉴스와 무책임한 사이버 렉카의 폐해를 더한다. 저마다 ‘나의 정의가 옳다’고 말하는 시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악질 범죄자를 응징하는 해치는 결국 자신의 맹목적 신념 때문에 무너진다. 그에게 선악의 이분법은 명료했을지 모르나 정의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정독하고 나서도 정의가 무엇이라 답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영화에서 서도철이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사는 말은 “아이고 힘들어”다. 정의란 그런 것이다. 원칙을 지키고 도리를 지키는 건 힘든 일이다. 고된 것이다. 귀찮은 것이고 폼 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베테랑2’가 말하는 정의란 무엇이란 말인가. 정의는 분노와 복수의 숲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주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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