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은행 대출금리 인상…美 '빅컷'에도 역주행

김남이 기자 2024. 9. 2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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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국내 은행의 대출 금리는 오른다.

일부 은행이 대출 쏠림 현상 등을 피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미국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빅컷' 결정과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높아졌지만 은행권 대출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금리 인상을 결정한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은 대출 쏠림 현상을 우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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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SC제일은행, 주담대 0.10~0.55%P↑ 결정
대출 쏠림현상 우려 선제 대응…시중 은행도 검토 중
5년 만기 은행채, 최근 금리 추이/그래픽=김지영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국내 은행의 대출 금리는 오른다. 일부 은행이 대출 쏠림 현상 등을 피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시장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5%P 인상할 예정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30%P 올릴 계획이다.

SC제일은행도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0.20%P 금리를 올렸다.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금리를 인상했다. 일부 시중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미국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빅컷' 결정과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높아졌지만 은행권 대출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시장 금리 하락이나 대출 쏠림 등으로 예상보다 대출이 늘어날 조짐이 보이면 언제든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리 인상을 결정한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은 대출 쏠림 현상을 우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각종 대출 제한을 둔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출이 수월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있었다.

기업은행은 대출금액 2억원, 만기기간 30년 기준으로 비대면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i-ONE 주담대)가 3.83%에 형성돼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3.71~5.43%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SC제일은행은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다. 주요 은행과 달리 아직 모기지보험(MCG·MCI)을 취급 중이다. 서울권 지역에서 대출 한도가 5500만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 차주의 연령이나 금리 적용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50년 만기도 유지 중이다. 최근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했다.

국내 시장금리도 장기물 중심으로 빅컷 결정 이후 오르는 모양새다. 혼합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로 쓰이는 5년 만기 은행채의 금리는 추석 연휴 직전 3.149%까지 떨어졌으나 미국의 빅컷 결정 이후 상승, 지난 23일 3.224%를 기록했다.

과한 금리 인하 기대감과 선반영이 오히려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인하 직전에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호재를 선반영하며 시장 금리 하락세가 시작된다"며 "인하 직후에는 과도한 기대의 되돌림이 다수 사례에서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과 각종 제한 대책으로 9월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떨어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종 규제와 대책이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도 "9월과 10월 영업 일수가 적은 것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대출 증가 속도가 실제로 떨어졌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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