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지구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생명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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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크기가 작고 꽃도 잘 보이지 않지만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환경 적응력이 큰 식물로 자주 회자되는 종들이다.
기후변화가 요즘처럼 예측범위를 넘어 극한으로 진행한다면 인류는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렇게 환경이 바뀐 지구가 생존 가능한 종들을 선택한다면 사람은 거기에 포함될 수 있을까? 이 작은 식물들을 보며 문득 떠올린 불안한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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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웠다. 집에서 20분 남짓인 회사까지 걸어서 출근한 날도 손에 꼽을 정도다. 밤에도 식지 않은 건물 외벽의 열기와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전해지는 아스팔트 열풍의 소용돌이가 그대로 몸을 휘감는 길을 걸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말부터 기온이 낮아져서 이번 주 모처럼 걸어서 출근을 시작했다. 폭염을 지난 탓인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떨어진 가로수 잎들이 많이 보인다. 뜨거웠던 염천의 여름 내내 그늘 한쪽 없이 온전히 달구어진 보도블록 틈새에서도 잘 자란 풀들이 눈에 띈다. 애기땅빈대와 개미자리다. 크기가 작고 꽃도 잘 보이지 않지만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환경 적응력이 큰 식물로 자주 회자되는 종들이다.
애기땅빈대는 키가 큰 아주까리나 포인세티아와 같은 대극과(科) 식물이지만 이름에서 직감되는 것처럼 잎과 줄기가 작고, 땅에 바짝 붙어서 자라는 식물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고, 특히 도심 콘크리트 바닥과 보도블록 틈새에서도 잘 자란다. 척박한 양분과 데일 정도로 뜨겁게 달구어진 벽돌 바닥에 붙어서 자라는 애기땅빈대의 생명력에 경탄할 수밖에 없다.
개미자리도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식물이다. 작고 조밀하게 자라는 식물체가 마치 이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카네이션과 패랭이꽃과 같은 석죽과에 속하고 엄연히 꽃이 피는 식물이다. 도심 콘크리트 바닥 틈새를 초록색으로 메우며 자라는 모습이 신기해서인지 SNS에 사진이 자주 공유되기도 한다. 보기에도 좋고, 잡초성도 작은 친근한 종이라 왠지 쓰임새가 많을 듯하다.
이름에도 들어 있듯이 빈대와 개미처럼 작고 하찮을 듯한 식물들이 좁고 뜨거운 보도블록 틈새에서 꿋꿋한 녹색성장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놀랍고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들 식물이 뜨겁고 척박한 도심, 사람의 발길에 밟혀 죽기 쉬운 틈새를 비집고 살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키 큰 식물이 적응하기 곤란한 곳이고, 양분이 많고 환경이 좋은 곳보다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생육공간에 조성되는 환경이 거기에 적합한 생물들을 선택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기후변화가 요즘처럼 예측범위를 넘어 극한으로 진행한다면 인류는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까? 그렇게 환경이 바뀐 지구가 생존 가능한 종들을 선택한다면 사람은 거기에 포함될 수 있을까? 이 작은 식물들을 보며 문득 떠올린 불안한 질문들이다.
서효원 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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