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가을학기제 검토하고도 '모르쇠'... 교육정책 혼란 부추기는 국교위

강지원 2024. 9. 2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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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원화·9월 학기제 도입 등 논란
21명 전문위 일부 위원 밀실 추진 비판
교육계 "공론화·의제 설정 의견 수렴부터"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내후년부터 교육 현장에 적용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준비 중인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수능 이원화와 논·서술형 수능 도입 등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이어 또 한 번의 대입 개편안 수립에 착수한 모양새다. 국교위는 다음 달부터 대입 개편을 포함한 발전계획 세부안을 본격 논의해 내년 3월 확정 발표한다는 목표 아래, 25일 계획 수립의 주요 방향을 제시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교육현장에서는 대입 개편을 비롯해 공론화가 필수적인 장래 교육정책이 불투명하게 추진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이달 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 중간보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교육비전 및 핵심과제’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배용 위원장 등 국교위 위원 16명이 참여했다.

회의 안건에는 △학령인구 감소 시대 모두에게 동등한 교육 출발선 보장 △학생 성장·역량 중심평가 및 대입 패러다임 전환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학제 개편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위한 고등교육 체제의 전면적 재구조화 및 정부 투자 확대 등 12가지 추진 과제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의 주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이 가운데 '학생 성장·역량 중심 평가 및 대입 패러다임 전환'은 차기 대입 개편안 마련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교위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토론회에서 12개 과제를 공식화하고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세부과제로는 △수능Ⅰ과 수능Ⅱ로 분리하는 수능 이원화 △수능 논·서술형 평가 도입 △대학 학생 선발 자율성 확대 △전국 고교 외부기관 평가 지필고사 시행 △9월 학기제 도입 △사회통합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 통합 △대학등록금 완전자율화 등이 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의대 증원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에 맞춰 △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 법정의무 비율 폐지 △AI 기반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에듀테크 산업 생태계 육성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AI웹캠 설치 등도 포함됐다.

국교위는 그간의 논의를 토대로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전체회의를 가동,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유·초·중·고교, 대학 등에 적용될 주요 교육 정책인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국교위는 해당 안건들이 내부에서 논의됐는지, 얼마나 비중 있게 검토됐는지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국교위 관계자는 "9월 학기제와 수능 논·서술형 도입 등은 국교위 전체회의에서 검토 및 논의된 바 없다"며 "내부에서 어느 정도 일치된 안이 나오면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국교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 밀실 추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국교위 산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전문위원회(전문위) 소속 위원 8명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국교위가 밀실에서 다수파의 전횡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문위 회의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1명으로 구성된 전문위는 보수 측 인사가 13명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대입 개편이나 학제 개편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교육 정책에 대해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게 국교위의 역할이다"라며 "구체적인 방안 없이 국교위에서 폐쇄적인 논의만 거쳐 발표할 경우 심각한 교육 퇴행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도 "주요 교육 정책은 국민들의 의견 수렴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는 숙의 과정을 통해 핵심 의제를 발굴해 추진해야 한다"며 "국교위 내부에서 일부 위원들끼리 모여서 의제를 설정해 발표할 경우 국민 반감과 혼란만 부추기게 된다"고 비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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