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극우화, 한국 ‘뉴 뉴라이트’의 변질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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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석학이자 첫 '좌파'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자크 아탈리는 지난 6월 프랑스 총선 투표 전 이런 경고를 남겼다.
결국 한국도 이런 전위대를 앞세워 유럽과 트럼프의 미국처럼 경제난과 여성 인권 향상에 불만을 품은 이들을 규합하고, 반이민·반이슬람·반성소수자 분위기로 몰아가면서, 유럽과 같은 극우 정당 득세를 꿈꾸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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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석학이자 첫 ‘좌파’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자크 아탈리는 지난 6월 프랑스 총선 투표 전 이런 경고를 남겼다. ‘극우 국민연합(RN)이 집권할 경우 1933년의 독일처럼 위험할 수 있다.’
1933년 1월 집권에 성공한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극우 민족주의를 앞세워 국제연맹을 탈퇴하고 독일 재무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치는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로 인류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아탈리의 경고는 프랑스에서 극우가 집권할 경우 나치 독일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절규였다.
경고 덕분인지 6월 1차 투표에서 33.2%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던 RN 중심 극우 진영은 7월 결선 투표에선 3위로 밀리고 말았다. 다만 2017년 8석, 2022년 89석에서 올해 143석으로 꾸준히 세를 늘리며 기염을 토했다.
유럽의 극우 약진은 부인할 수 없는 흐름이다.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은 이달 초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32.8% 득표율로 1당 자리를 차지했다. 양당 체제가 강고한 영국에서도 7월 총선 결과 극우 영국개혁당이 5석을 얻어 창당 6년 만에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2022년 이탈리아와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또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사민주의 성향이 강한 북유럽, 구소련의 잔재가 남아 있는 동유럽 등 유럽 전체에서 극우 정당 약진은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유럽은 우경화를 넘어 극우화로 치닫고 있다.
유럽 극우 정치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이민자와 난민 유입·유럽연합(EU) 통합·기후 변화 대응 환경 정책 등을 반대하고, 성소수자와 이슬람교를 차별·혐오하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경제적 불안과 빈부 격차를 파고들면서 그 원인을 무슬림 중심 이민자에게 돌리는 것도 유사하다.
기성 정당에서 소외되던 이들이 갈구하던 분노와 혐오의 극단적 목소리를 극우 정당이 대신하자 이제 주류 좌우 정당 판이 흔들렸다. 이 같은 문제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깜짝 승리로 확인되면서 전 지구적 이슈가 됐다. 극우 반동 분위기가 20세기 초 양차 세계대전의 토양이 됐다는 점에서 3차 대전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흐름이 유럽과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20년 전 시작됐던 보수 혁신·뉴라이트운동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형해화한 뒤 이제 극단적인 우경화, ‘뉴 뉴라이트’ 극우 정치로 변질돼 고개를 쳐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솔직히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고 했지만 2000년대 뉴라이트 운동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윤 정부 들어 장관, 대통령실 수석급으로 등용되는 등 ‘새로운 뉴라이트’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특히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은 극우 인사로 기용 폭을 넓히고 있다.
결국 한국도 이런 전위대를 앞세워 유럽과 트럼프의 미국처럼 경제난과 여성 인권 향상에 불만을 품은 이들을 규합하고, 반이민·반이슬람·반성소수자 분위기로 몰아가면서, 유럽과 같은 극우 정당 득세를 꿈꾸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도덕적이고, 원칙적이며, 동시에 따뜻한 보수’를 꿈꿨던 ‘새로운 우파’ 운동의 원조 고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하늘에서 통탄할 뉴라이트의 변질, 한국판 극우의 등장이다.
정상원 국제부장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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