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서 새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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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슈트에 모자까지 갖춰 쓴 남자가 눈동자가 그려진 지팡이를 짚고 들어선다.
"청바지를 입기엔 너무 나이가 많고, 스니커즈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사람은 독일의 존경받는 화가 마르쿠스 뤼페르츠(사진). 한국에서 개인전을 여는 그를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회화를 주목한 배경에 대해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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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헤레디움’서 개인전 열어
뤼페르츠는 작업실 밖을 나설 때면 격식을 갖춰 입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편하고 쉬운 것이 넘치는 시대에 규칙을 따르는 옷차림에 대해 그는 “그림 그릴 때와 작업실 밖의 나를 분리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작업실에서는 헐렁한 옷차림에 앞치마를 두르는데, 그림을 그리느라 옷이 항상 더러워집니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병사 같은 모습이라면 작업실 밖으로 나올 때는 깨끗한 모습으로 있으려고 하죠.”
그가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만든 회화 33점과 조각 8점이 대전 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에서 열리는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에서 전시된다. 뤼페르츠는 ‘회화를 위한 회화, 열광적인 회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디티람브’ 회화 개념을 탄생시켰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에서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찬가를 뜻하는 ‘디티람브’를 예술로 가져온 것으로, 그는 “아폴론보다 관능적이고 감정적인 디오니소스에게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회화를 주목한 배경에 대해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20세기 후반 미국 예술가가 유럽의 전통을 변형해 추상표현주의와 팝 아트를 탄생시켰는데, 어느 정도 양식화가 되며 매너리즘에 빠졌습니다. 잭슨 폴록의 물감 흩뿌리기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만화적 그림처럼. 그렇게 프랑스와 미국이 경쟁하는 가운데 독일은 조용히 회화에서 새 길을 찾았죠.”
전시작 중 그리스 신화에 뿌리를 두고 다른 형태로 뻗어가는 작품이 여럿 보인다. ‘푸생-페르시아 암살’(1990년)은 17세기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의 작품 일부를 넣고 그 옆으로 입체파 스타일의 정물이 펼쳐진다. 뤼페르츠는 “그림을 연극 무대처럼 작가가 설정했던 푸생의 그림이 최초의 추상화라 생각한다”며 “특유의 구도를 추상화로 확장해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유토피아를 모티프로 한 ‘아르카디아’ 연작, 신화 속 캐릭터를 다룬 인물 연작, ‘일곱 가지 대죄와 세 가지 질문’을 주제로 한 정물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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