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한국시리즈 직행시킨 KIA 이범호 감독 “감독 권위 버리고 선수들과 소통… 우승 길 찾을 것”
선수-코치-감독으로 13년 KIA맨… ‘선수 마음 돌보기’를 1순위로 둬
팬들 ‘이범호 응원가’ 부르며 호응
물론 이 감독에게도 마음 파악이 어려운 선수는 분명히 있다. 이 감독은 “(최고참인 최)형우나 (나)성범이 같은 애들은 몸이 좀 안 좋을 때 ‘하루 정도 빼줄게’ 해도 ‘괜찮습니다’라고 한다. 진짜 괜찮아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책임감 때문인 건지까지는 파악이 안 된다. 이런 선수들은 제가 ‘하루 쉬어’ 하고 딱 빼줘야만 쉰다”고 했다.
이 감독은 “팀(KIA)에 오래 있었고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있던 친구들도 많다 보니 성격을 다 안다. 가만히 놔둬도 어떻게든 다시 돌아와서 잘하는 선수가 있고, 자극하고 압박하는 말을 계속해야 잘하는 선수가 있다. 선수마다 그런 특징을 파악하려 했다”고 말했다. 2000년 한화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를 거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KIA에서 뛰었다. 선수 은퇴 후엔 KIA에서 코치로 4년을 보냈다. KIA의 베테랑 선수들 대부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를 ‘형’이라 불렀다.
많은 감독이 소통을 강조하지만 시즌 내내 모든 선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령탑 1년 차에 누구보다 능숙하게 이 일을 해낸 이 감독은 “감독이라는 자리의 권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 모든 게 끝난다. 선수가 먼저 오길 기다리면 시간만 길어진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더그아웃에서 선글라스를 낄 일도 거의 없었다. 감독들은 그때그때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이 감독은 “나도 지칠 때는 표정이 굳긴 했다. 하지만 안경으로 가리고 싶진 않았다. 선수들도 내 표정을 보고 ‘감독이 화가 났네, 기분이 좋네’ 하거나 ‘저 정도면 화난 게 아니야’ 등도 알게 된다”며 “올 시즌엔 화를 낸 경기가 10경기도 안 되는 것 같다. 물론 선수들이 많이 이겨줬으니 화를 덜 냈겠지만…”이라며 웃었다.
올 시즌 KIA는 개막 이후 열흘만 빼고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내내 선수들이 모두 고생했다. 하지만 앞으로 또 가야 할 길이 있으니 너무 흥이 나 있으면 안 된다. 아직도 (KS 우승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그 길을 딱 찾고 잘 간다면 ‘아, 참 즐거웠다’ 하는 기억을 갖고 선수들과 마무리 훈련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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