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급 불가’에… 일부 의대 “수업 안들어도 시험 통과땐 진급”
의대생 집단유급땐 후폭풍 심각
내년 1학년 7500명 같이 수업 듣고… 신규 의사 3000명 배출 차질 불가피
의대들 학칙 바꾸며 고육책 부심… 학생들 “어떻게 시험만 보나” 불만

● 교육부 “11월 중순부터 수업해도 가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월이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에 따르면 매 학년도 수업일수는 30주 이상이지만 오전 오후로 나눠 수업할 경우 15∼20주에 수업을 마칠 수 있다”며 “9월까지 돌아오면 좋겠지만 11월 중순에 와도 내년 2월 말까지 학년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수업에 출석한 의대생은 전체의 2.8%에 불과한 실정이고 11월까지 돌아올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집단 유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유급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육부가 집단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건 예과 1학년과 본과 4학년 유급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 때문이다. 예과 1학년 학생이 유급되면 내년에 늘어난 신입생까지 합쳐 7500여 명이 앞으로 6년 동안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증원에 따른 시설 및 교원 확충이 이뤄지기도 전에 지난해 대비 2.5배의 학생이 수업을 듣게 돼 부실 교육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본과 4학년이 유급될 경우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통과한 신규 의사 3000여 명이 배출되지 않으면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및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 ‘시험 보면 진급’ 고육지책 내놓는 대학
교육부는 올 7월 내놓은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서 ‘2024학년도에 한해 의대생은 유급을 시키지 않는다’는 식으로 학칙을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수업도 안 듣고 시험도 안 본 학생을 진급시키는 건 교육 원칙에 안 맞는다. 학칙 개정도 타 단과대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의 경우 타협안으로 학사시행세칙을 고쳐 출석 미달로 인한 유급은 시키지 않는 대신 연말 시험에 응시해 70점 이상을 받으면 진급할 수 있게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고민 끝에 나온 안”이라며 “우리 대학의 경우 의대와 다른 대학 규정이 분리돼 있어 개정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점수 미달 시 유급은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는 입장이고, 재학생 사이에선 “수업을 안 듣고 어떻게 시험을 보란 말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대학 사이에선 정부가 계속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할 순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1993년, 1996년 한의대생들이 수업을 집단 거부했을 때도 정부와 대학이 시한을 여러 차례 연장하며 설득했지만 결국 대부분이 유급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의사 배출이 중단되는 것과 의사 배출이 중단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만큼 유급이 현실화될 경우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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