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가을 생선 전어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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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며느리가 가출했다.
1세기 전에는 화살 한 묶음의 의미로 '화살 전(箭)'자를 써서 전어(箭魚)라고 불렀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선 '돈 전(錢)'을 써서 전어(錢魚)로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가을이면 즐겨 찾는 전어가 실종(경기일보 24일자 8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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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며느리가 가출했다. 시집살이가 힘들어서였다. 그러다 시어머니의 이 생선을 굽는 냄새에 못 이겨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전어 얘기다.
10마리에 한 묶음으로 팔았다. 그래서일까. 1세기 전에는 화살 한 묶음의 의미로 ‘화살 전(箭)’자를 써서 전어(箭魚)라고 불렀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선 ‘돈 전(錢)’을 써서 전어(錢魚)로 바뀌었다. 각종 문헌에 따르면 제철 전어값이 마리당 비단 한 필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수심 30m 안팎의 얕은 바다에서 산다. 알을 낳는 시기는 3~6월이다. 몸 길이는 15~30㎝ 정도다. 몸통은 좌우로 납작하고 입은 작다. 등부터 절반까지 검은 반점이 줄지어 있다. 아가미 뚜껑 뒤에는 검은 반점이 커다랗게 하나 있다. 등지느러미의 마지막 연조가 길게 실처럼 뻗어 있다. 한번 맛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가을이면 즐겨 찾는 전어가 실종(경기일보 24일자 8면)되고 있다. 최근 폭염 장기화로 전어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국립수산과학원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6년간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44도 올라 전 세계 평균(0.7도)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기온 변화로 1980년대 151만t 수준이었던 전어를 포함한 어업 생산량도 2000년대 들어 116만t까지 떨어졌다. 2020년대는 100만t을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도 출렁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전어의 최근 ㎏당 도매가는 2만5천원대를 기록했다. 매년 도매가가 1만원에서 1만2천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해 가을을 기다려 왔던 미식가들에게 언제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올까. 혹시 집 나간 며느리들이 안 돌아오는 건 아닐까. 폭염의 심술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관련기사 : “사라진 전어 돌아올까”…추분 지나며 기대감 증폭
https://kyeonggi.com/article/20240923580210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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