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반도 긴장 고조... 남북 핫라인 시급
불안감 높아졌지만 정부 대응 안일
기본에 충실한 ‘외교안보’ 정책 필요
한반도를 휘감았던 역대급 무더위는 9월 하순에 들어서야 마침내 기세가 꺾였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불길한 뉴스는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 쓰레기 풍선,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북-러 고위급 회담 등의 뉴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 대응은 안이하고 언론도 관심이 떨어진 모습이다. 군사적 긴장 상황에 둔감하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허를 찔렸던 일이 한반도에서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 가장 민감했던 상황은 북-러 고위급 대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지난 13일 갑자기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것이다. 러시아 매체인 차르그라드는 이번 대화에 대해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서방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전략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이 개입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다. 북-러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는 시점과 맞물려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과 초대형 방사포 발사 훈련을 보도한 것도 심각하다. 북한의 빈번한 위협은 한반도가 불안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한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것도 한반도 군사 긴장의 규모와 심각성을 보여준다. 쓰레기 풍선도 화재 유발과 시설물 파손 등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다. 만약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날리면서 의도적으로 남한 내 정유소나 낙엽이 쌓인 산에 떨어지게 해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반도가 군사적 긴장 지역이라는 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외국 자본가들은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안일하게 보인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지정학적 불안감을 자극하는 사안인데도 정부 고위 인사들은 남의 나라 이야기를 전달하듯 무심하게 언급할 뿐이다. 특히 북한 핵실험의 주요 변수인 군사기술적 요소나 북중 관계는 언급이 없고 연관성이 떨어지는 미국 대선 일정을 거론하는 것도 북한을 예의주시하지 못했음을 반영하는 장면이다. 더욱 큰 문제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소통 채널이 완전히 단절됐다는 사실이다. 정부 당국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남북 소통 채널 부재의 위험성이나 연락망 재구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의 사그라진 것도 실망스럽다.
남북 간 소통 채널 구축과 별도로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 대응 차원에서 군사적 태세 정비와 한미동맹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군에서는 최근 추악한 하극상 사건이나 병사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다. 또 일부 보수 진영이 독자 핵무장론을 계속 제기하는 상황도 심각하다. 독자 핵무장론은 한미동맹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정부가 방치하면 미국의 불만이 급격하게 커지고 한미동맹이 치명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에 직면해 핫라인 구축이 긴급 대응이고 군사적 대비 태세 강화가 표준적 대응이라면 외부 위협 자체를 외교 방법으로 소멸시키는 것은 근본적 대응이다. 시급한 대응은 물론이고 근본 대응을 위해서도 북한과의 협상 채널을 유지하는 것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가짜 평화로 규정하고 오직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처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기본을 어기면 정세 판단에서 오류가 생기고, 최상의 대응 전략을 만들 수 없다.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지금처럼 핫라인이 없는 조건에서는 국지전 발생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국지전이 발생하면 우리의 젊은 군인들이 희생돼야 하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기본에 충실한 외교안보 정책을 채택해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국민적 불안을 줄이는 노력에 집중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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