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석 3조” 게임사들 구독형 요금제로 갈아타기

황규락 기자 2024. 9. 2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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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에서 수익모델 전환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자사 게임 중 처음으로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에 배틀패스를 적용했다. 배틀패스는 한 번 구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게임 진척도에 따라 무기 같은 게임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구독형 요금제다. 그동안 엔씨소프트는 아이템을 현금으로 판매하거나 게임 아이템을 뽑기 형식으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이용자들의 현금 결제를 지나치게 유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높아지자 배틀패스로 수익 구조를 바꾼 것이다.

엔씨소프트뿐 아니라 넥슨과 넷마블 등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이 기존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구독형 모델인 ‘배틀패스’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이 법을 조금만 어겨도 제재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자 수익 모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최근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피해자 80만명에게 219억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 외에도 크래프톤, 위메이드, 컴투스, 웹젠 등의 확률형 아이템 모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이철원

배틀패스는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선 게임을 더 많이 할수록 이득이다. 더 좋은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돈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 이용자는 게임 경쟁을 위해 돈을 더 쓸 필요가 없고, 게임사는 이용자가 게임에 더 자주 접속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넥슨은 과거 일인칭슈팅(FPS) 게임 ‘서든어택’을 통해 이미 배틀패스의 효과를 확인했다. 배틀패스 이용자가 비이용자보다 6배 이상 게임에 자주 접속했고, 그만큼 동시 접속자 수도 늘어났다.

기존 확률형 아이템 방식과 비교해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배틀패스의 강점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규제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이템 확률 정보 의무 공개법’에 이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잘못 표기해 게임 이용자가 손해를 보면 게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게임산업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이 이용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제는 신작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이란 단어만 나와도 반감부터 갖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배틀패스는 일정 수 이상의 이용자 수를 확보해야 수익을 억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비교적 저렴한 만큼, ‘박리다매’로 배틀패스를 팔아야 한다. 게다가 배틀패스를 통한 수익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게임 이용자들이 배틀패스에 익숙하다는 것도 국내 게임사들이 수익 구조를 전환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18년 미국 게임 회사 에픽게임즈가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 배틀패스를 도입해 하루 5000만달러(약 585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블리자드나 수퍼셀 등 주요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배틀패스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분석업체 ‘게임리파이너리’에 따르면, 미국 애플 앱마켓 매출 상위 20% 게임 중 배틀패스를 적용한 게임은 2018년 5%에서 지난해 66%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이용자들은 과금을 많이 할수록 게임이 유리해지는 기존 방식을 기피하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라도 배틀패스로의 전환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확률형 아이템과 배틀패스

‘확률형 아이템’은 특정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마치 문구점 ‘뽑기’처럼 일정 금액을 내고 아이템을 뽑는 시스템이다. 좋은 아이템일수록 나올 확률이 낮아, 이용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으려고 계속 구매하게 된다. 반면 ‘배틀패스’는 구입 후 일정 기간 동안 게임 레벨 등에 따라 아이템을 얻는 방식이다. 한번 요금을 내면, 추가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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