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블록처럼 반도체 조립… 최적의 AI칩 만든다”
인공지능(AI) 서버는 일종의 대형 컴퓨터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들어가는 AI 가속기가 있고, 그 주변으로 각종 메모리 반도체가 대거 탑재된다. 서버의 설계상 CPU, GPU, D램 등은 모두 각자 들어갈 위치(슬롯)가 명확히 정해져 있다.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D램만 더 설치하고 싶어도, D램이 들어갈 수 있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 AI 서버를 통째로 사야 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이 최근 주목받는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라는 기술이다.
창업 3년 차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프라임마스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 IBM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모두 거친 박일(53) 대표가 2022년 말 창업했다. 박 대표는 “우리의 CXL 기술을 활용하면 서버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아도 D램을 타사 대비 적게는 2배, 많게는 64배 더 탑재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 업무를 했던 박 대표는 2015년 SK하이닉스로 옮겨 창업 직전까지 D램 설루션 개발 부사장을 맡았다. 그는 “AI 반도체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우리가 설계하는 반도체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기 때문에 항공모함과 같은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라임마스가 특히 집중하는 기술은 CXL 반도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칩렛(Chiplet)’이라는 기술이다. 여러 반도체를 레고 블록 맞추듯이 조립하면 CXL 메모리도 되고, AI 가속기도 되는 기술이다. AI 가속기를 만드는 기업이 핵심 반도체만 가지고 오면, 다른 부가적인 반도체들을 붙여 효율성이 높은 AI 가속기를 만들어 준다. 박 대표는 “AI 가속기를 예로 들면 GPU만 있다고 끝이 아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다른 반도체도 탑재해야 하는데, 이들이 유기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비용과 시간이 어마어마하다”며 “마치 레고의 기본 블록처럼 다양한 반도체를 결합해 완성도 높은 AI 가속기를 만드는 게 칩렛 기술”이라고 말했다.
프라임마스는 2026년부터 자체 칩 양산에 들어가, CXL 메모리와 AI 가속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업 맞춤형이나 저전력·고효율 AI 가속기용 칩을 개발하는 반도체 설계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는 삼성전자가 프라임마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차세대 CXL 메모리 설루션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와 협업은 미래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제품 생산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인터베스트, 아주IB 등으로부터 2150만달러(약 287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박 대표는 “AI 반도체 시장도 수익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비용을 아끼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CXL과 칩렛 같은 기술 분야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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