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화 선배 장기표에 조문·애도 한마디 없는 민주당
민주화 운동가이자 재야의 상징인 장기표씨의 별세에 각계의 애도와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더불어민주당만 아무런 논평이나 애도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는 조문은 물론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 빈소를 찾은 민주당 의원도 거의 없다고 한다.
이번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부영·이재오·유인태 전 의원, 김부겸 전 총리,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손학규 전 대표 등 여야와 각계 원로들이 두루 참여했다. 정부는 국민훈장을 추서했다.
국민의힘은 “고인의 헌신을 기억하고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깊이 존경했던 대선배의 안식을 빈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조화를 보냈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전·현직 의원들도 조문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만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 원로의 죽음은 정파를 떠나 애도하는 것이 관례다. 더구나 장씨는 민주화 운동으로 9년간 옥고를 치른 민주화와 노동 운동의 산증인이자 대선배다. 말년에 국민의힘으로 옮겼지만 특정 진영 인사로 보긴 어렵다. 그는 총선 때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국회의원 특권 없애기 운동에 앞장섰다. 민주화 보상금마저 거부하며 평생 청빈하게 살았다.
민주당이 그의 죽음을 집단 외면하는 것은 대선 때 장씨가 대장동 사건을 비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 같은 사람이 대통령 되면 안 된다” “비리 방탄 대신 약속한 불체포 특권을 내려 놓으라”고 비판을 계속했다. 이 대표가 장씨 조문을 꺼리니 다른 의원들도 눈치 보며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씨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력에 쓴소리를 던졌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라”고 수시로 비판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엔 “정계 은퇴해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유독 이 대표와 민주당만 그가 숨을 거둔 뒤까지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속 좁은 사람들이 어떻게 포용의 정치를 하겠나.
장씨가 지난 4월 여야에 ‘특권 폐지 동참’ 여부를 물었을 때 민주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불체포 특권 포기와 세비 삭감 제안도 거부했다. 이제 장씨가 생전에 던진 특권 폐지에 대해서라도 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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