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한동훈 독대 불발 '빈손' 만찬…'당정일체' 퇴색
尹, 韓 챙겼으나 오히려 '당정 갈등설' 부각만
관심 모은 의정갈등 해법 등 현안 논의 없어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빈손'으로 끝났다. 지난 7월 한동훈 지도부 체제가 출범한 이후 두 달 만에 열린 윤 대통령 초청 만찬은 의정 갈등 해법 등 주요 현안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보다는 당정 간 화합을 도모하는 선에 그쳤다. 한 대표가 요청한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당정일체' 의미가 퇴색하는 등 당정 갈등설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부각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6시 30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 야외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여당 지도부와 만났다. 90분 동안 진행된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유독 한 대표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주스를 준비한 점과 한 대표가 좋아하는 육류(돼지고기·소고기) 메뉴를 식탁에 올린 점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식사하면서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과 원자 생태계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한 대표도 대화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윤 대통령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여권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정국을 달구는 굵직한 정치 현안보다는 가벼운 주제의 대화가 주로 오갔다.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의혹 등 민감한 이슈는 거론되지 않았다.
만찬을 마친 윤 대통령은 독대 대신 즉석에서 산책을 제안했다. 한 대표, 추 원내대표와 나란히 분수공원 주변을 거닐며 10여분 동안 담소를 나눴는데, 현안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한 대표는 만찬 직후 대통령실 한 고위관계자에게 "윤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며 거듭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현안이 논의되지 않은 만찬이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2025년 의대 정원 재조정 가능성도 열어두자고 주장해 왔다. 때문에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한다면, 의료계를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시키기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건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만찬에서 의정 갈등에 관한 논의 자체가 없었고, 윤 대통령과 단둘이 만날 기회도 얻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완수를 거듭 확인했다.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 없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지역 균형 필수의료체계를 재건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의사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걱정하지 않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와 '당정 갈등설'을 일축했었다. 당시 "당정 문제는 없다"면서 "다양한 채널로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23일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대해 "추후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힌 이후,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따로 직접 전달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지만 앞뒤가 안 맞는 셈이다.
오히려 친한-친윤 간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친윤계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YTN 라디오 '배승희의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같은 경우는 오히려 거기서 무슨 이견이 생기면 그게 좀 이상한 거 아니겠나"라면서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독대 얘기를 시키게 한 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친한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 문제를 두고 "촌각을 다투는 문제"라면서 "그래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확실한 어떤 매듭을 짓는 차원에서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독대가 안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내일이라도, 모레라도 (독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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