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08] 광양 망덕포구 전어회
어느 해던가, 추석을 앞두고 망덕 포구에서 전어잡이 배를 탔다. 해가 뜨기 두어 시간 전이었다. 작은 그물 몇 폭 준비한 아버지와 아들은 10여 분 달려 배알도 인근에 그물을 내렸다. 잠시 후 금오산 너머로 어둠이 걷히면서 하늘과 산과 바다 경계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할 무렵 그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어가 그렇게 쉽게 잡힐까 싶었는데, 여명에 은빛 전어가 몸통을 흔들며 존재감을 보이며 물 밖으로 나왔다. 주위를 살펴보니 여러 척이 조업 중이었다.
망덕 포구는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에 있는 포구다. 전라북도 진안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곳이다. 영양염류가 풍부해 어느 곳보다 일찍 김 양식이 시작되었다. 한때 모래 갯벌과 펄 갯벌과 혼성 갯벌이 공존하는 우리나라 최고 하구 갯벌이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광양과 하동에 제철소 등 공업단지가 들어왔지만 여전히 전어 어장으로 명성이 높다. 다행스럽게 강과 바다로 통하는 물길이 가로막히지 않아서다. 우리나라에서 한강과 더불어 강과 바다가 통하는 하구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드문 곳이다. ‘자산어보’에 전어는 ‘흑산에 간혹 나오지만, 육지 것만 못하다’고 기록했다. 그 전어가 혹시 망덕과 같이 강 하구에서 잡힌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도 여름에서 가을까지 망덕리 어민들은 작은 그물 몇 폭씩 준비해 전어를 잡는다. 배에 최신 시설을 갖추고 경쟁하듯 대형 그물을 둘러쳐서 잡는 것이 아니다. 아내와 남편, 아들과 아버지가 작은 불빛에 의지해 그물 몇 폭을 내리고 올리는 것을 반복한다. 금오산 위로 해가 올라 어둠이 완전히 걷히면 그물을 걷어 포구로 돌아온다. 살아 있는 전어는 바로 배 위에서 활어로 판매하고, 죽은 것은 구이용이다. 배에서 내리려는데 아들이 잠깐 기다려 보라더니 전어 몇 마리를 꺼내 손질하더니 쓱쓱 썰어서 맛을 보라며 내놓았다. 초장과 전어, 그리고 소주 한 잔. 그전에도 앞으로도 잊지 못할 맛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제 기온 상승으로 가을보다 여름에 전어가 많이 잡히고, 맛있는 시기도 바뀔 것 같다. 이번 추석 때도 어김없이 전어를 샀다. 여전히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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