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38] 팬심에는 완장이 없다
자꾸 옛날 노래만 듣는다. 나이가 들면 가장 빨리 늙는 게 귀다. 젊은 음악을 잘 받아들이질 못한다. 그래서 나는 최신 음악을 어떻게든 챙겨 들으려 애쓴다. 뉴진스만 듣는 건 아니다. 팝 음악도 듣는다. 사람은 늙을수록 귀가 열려 있어야 한다.
요즘 미국 음악계는 여성 가수들이 끌고 가는 중이다. 2024년 그 동네 유행을 알고 싶다면 세 이름만 기억하면 된다. 사브리나 카펜터, 찰리 XCX, 채플 론이다. 이름도 외우기 힘들다고? 외우기 힘든 걸 외우려 노력해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채플 론이다. 히트곡 ‘Good Luck, Babe’를 유튜브서 찾아보시라. 의상도 무대도 극적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50대는 케이트 부시를, 40대는 신디 로퍼를, 20~30대는 레이디 가가를 떠올릴 것이다. 레이디 가가도 이젠 고참이 됐다.
채플 론은 몇 달 전 논란에 휩싸였다. 무례한 열성 팬들 행동을 지적하는 영상을 직접 틱톡에 올린 것이다. 그는 일상에서 동의 없이 다가와 소통을 요구하는 행위를 스토킹이라 비판했다. 소셜미디어는 “유명해지면 당연히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알고 계약서에 사인한 거 아니냐”는 성난 팬들의 비난으로 넘쳤다.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가수들을 맞이한 걸지도 모른다. 옛 세대 가수들은 팬을 거역하지 않았다. 못 했다. 팬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도 존재한다. 이것이 직업적 명제였다. 팬들 비난이 쏟아지면 동의하든 아니든 사과했다. 채플 론은 사과할 생각이 없다. 인기도 꺾이지 않았다.
걸그룹 뉴진스가 직접 유튜브 라이브로 소속사에 항의하자 난리가 났다. 어떤 사람들은 기획 상품에 불과한 아이돌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 이미지를 망쳤다고 조롱했다. 노래하는 인형은 인형으로 남아야 한다는 소리다. 늙은 소리다. 2024년은 태평양 양쪽에서 인형이 인형으로 남지 않겠다는 선언을 시작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늙은 아재는 그저 ‘디토(Ditto·동의한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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