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의 이면
응원 문화·합리적 관람비가 비결
불황·물가 상승 따라 여가로 선택
지갑 얇은 MZ세대들이 이끈 셈
2024시즌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인기가 뜨겁다. 종전 최다관중 기록이 2017년의 840만여명이었기에 올해 야구 돌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게 한다. 매진이 200경기가 넘어 전체의 30%에 육박할 정도다.
한국 야구의 독특한 응원문화는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주목할 만큼 화제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KIA 투수가 상대 타자를 삼진 아웃시킬 때 치어리더가 추는 일명 ‘삐끼삐끼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고리즘을 장악하며 시청자 수백만 명의 흥미를 끌고 있다”면서 “실제 유명 인플루언서와 해외 팬들이 이 춤을 추는 영상을 SNS에 올리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그런데 KBO 설문조사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프로야구장을 찾는 이유로 ‘다른 놀거리보다 야구 관람비용이 합리적이기 때문’을 꼽은 사람들이 26.2%나 된다는 것이다. 실재 2023년 기준 프로야구 1인당 객단가(좌석당 매출)는 1만5718원에 불과했다.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콘서트 티켓값이 15만원을 훌쩍 넘고, 놀이공원도 입장료 4만∼5만원은 기본이다. 이에 비해 야구장 객단가는 아이맥스 영화관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2만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3시간 남짓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재미(Fu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펀플레이션(Funflation)’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팬데믹이 끝나자 억눌린 수요와 저축 증가로 사람들이 재미있는 공연, 여행 등에 소비를 늘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다만 인플레이션이란 용어가 합쳐진 것에서 알 수 있듯 재미를 위한 소비 물가의 가파른 상승이라는 문제가 따라온다. 특히 최근 국내 경제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에서 여가 비용의 증가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 프로야구 흥행 열기의 이면에는 바로 이런 불황과 여가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지갑은 얇지만 넘치는 혈기로 더 많이 즐길 거리를 찾는 젊은 세대에게 비용 문제는 매우 중요한 선택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티켓값이 저렴한 한국 프로스포츠는 아주 좋은 경쟁력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는 프로야구뿐 아니라 프로축구도 전년 대비 30%나 관중이 늘어나는 등 다른 종목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당시에도 박세리, 박찬호 등 스포츠 스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것처럼 경제 불황기에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프로야구 1000만 관중은 불황의 시대에 풍족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합리적 소비행태에 우리만의 독특한 응원문화가 화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때 골프에 몰렸던 MZ세대가 비용 문제에 부담을 느껴 테니스로 옮겨 갔다가 최근에는 러닝으로 쏠리고 있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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