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누구를 위한 ‘두 개의 국가론’인가
통일은 국가 안전·발전위한 선택 아닌 필수
1980년대 우리 시대에는 정치 민주화도 있었지만, 조국통일이 시대적인 화두였다. 1980년대 학생운동과 임수경 방북 주도로 알려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통일 대신 두 개의 국가로 가자’는 발언에 대해 우리 사회 보수세력과 심지어 진보진영 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 3조 영토 조항과 국가보안법 및 통일부 폐지 주장에 대해 반헌법적 발상이고 2023년 말 제기된 북한 김정은의 ‘2개 국가론’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남북통신선이 단절되고 비무장지대(DMZ)를 두고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과 우리의 대북방송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두 개의 국가론을 둘러싼 통일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애석할 뿐이다.
2017년 북한에 유화적이라고 평가받는 문재인정부 등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위해 앞만 보고 돌진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긴장 상황이었다. 2017년 11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고 소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다. 이후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남북 무대로 나오고 이를 징검다리 삼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되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2017년과 2018년 모두 같은 정부였다. 한반도 정세는 2017년의 ‘분노와 화염’에서 2018년에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없어졌다’는 상황의 반전이 있었다.
이러한 극적인 결과는 한국과 미국의 노력보다는 북한 김정은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미루지 못한 핵무기 보유라는 꿈을 실현한 이후 ‘비핵화’ 카드를 들고 북한에 가해진 정치 경제 군사적인 압박을 해제하기 위해 한국을 활용해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김정은 셈법’이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관계 상황 변화와 궁극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김정은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희망이 아닌 냉철한 현실적 판단이 매우 긴요하다고 하겠다. 김정은은 2023년 말 소위 ‘2개의 국가론’을 제시하면서 남북관계는 ‘교전 중인 국가관계’이고 김일성 김정일주의가 한반도에 완전하게 적용되는 ‘국토완정’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임 전 실장이 희망하는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공존 협력하는 두 개의 국가는 현실성이 없다. 대신 사람들로 하여금 북한도 마치 우리처럼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를 표방하고 있다는 환상과 경계심을 이완시키는 부작용만 가져다줄 뿐이다. ‘2개 국가론’을 제기하는 북한은 ‘북한식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체제 유지를 위해 우리와의 절연을 시도하고 있다. 남한문화 확산 차단을 위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엄격 시행에서 보듯이 통치에 부담을 주는 불안 요인을 제거하고, 북한 주민들의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상투적이지만 우리 내부의 국론 분열과 사회 혼란 야기도 북한 의도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통일 대신 두 개 국가론’ 논란은 우리 내부의 통일 역량을 약화시키는 한편, 열악한 인권 상황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2500만 북한 주민의 인간적 고통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통일은 어려운 문제이지만 국가 및 개개인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서 포기해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분단 100년이 되지 않도록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역량을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발휘해 나가길 소망한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대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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