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임수]글로벌 빅테크들의 ‘절세 신공’

정임수 논설위원 2024. 9. 2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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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구글, 애플 등 거대 테크기업을 상대로 '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한 건 10년 전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절세 신공'에 가까운 조세 회피 전략으로 엄청난 비용을 아끼면서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동안 토종 플랫폼 기업들은 세금 역차별을 당하는 꼴이다.

지난해 외국계 기업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국세청의 패소 비율이 국내 기업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하는데,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버티는 해외 빅테크들이 많아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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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논설위원
유럽연합(EU)이 구글, 애플 등 거대 테크기업을 상대로 ‘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한 건 10년 전이다.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를 세워 세금을 줄이는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커지면서다. 테크기업들이 해마다 2400억 달러의 법인세를 합법적으로 탈루한다는 추산까지 나왔다. 실태 조사에 나선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아일랜드의 낮은 세율과 세법의 빈틈을 교묘히 이용해 10년 넘게 법인세 130억 유로(약 19조 원)를 회피했다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의 조세 회피 꼼수에 EU ‘과징금 철퇴’

애플이 이에 불복해 이어진 기나긴 법정 소송이 2주 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EU 최고법원은 애플이 불법적인 법인세 혜택을 받았다며 아일랜드 정부에 덜 낸 세금과 이자까지 143억 유로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적용받은 법인세율이 1%도 안 돼 조세 회피에 해당하는 건 물론이고,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는 다른 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까지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세율이 낮은 국가에 수익을 몰아주는 조세 회피 꼼수를 부리며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 온 테크기업에 철퇴를 내린 셈이다.

이 판결을 한국으로 고스란히 가져와도 이상할 게 없다. 빅테크 공룡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 상당 부분을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나 미국 본사로 넘기는 방식으로 막대한 세금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거둔 유튜브 광고 수익이나 검색 광고 수익, 앱마켓 수수료 대부분을 구글코리아 매출이 아닌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법인 매출로 잡는다. 한국 법인은 싱가포르 법인의 업무를 단순 대행하고, 한국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버도 싱가포르 등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탓에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최대 12조 원이 넘고 내야 할 법인세도 5100억 원대로 추산되지만(한국재무관리학회 보고서) 실제 신고한 매출은 3653억 원, 납부한 법인세는 155억 원에 그쳤다. 무려 33배 차이가 난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애플 등 다른 기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수입 대부분을 ‘광고 매입 비용’ 항목으로 미국 본사로 보내 법인세 51억 원을 냈다. 하지만 학회가 추산한 적정 법인세는 500억 원에 달한다.

‘공룡’ 구글 법인세는 네이버의 3% 수준

이와 달리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는 작년에 9조6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법인세 4963억 원을 납부했다. 유튜브에 이용자 수, 이용 시간 1위를 추월당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카카오도 1684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절세 신공’에 가까운 조세 회피 전략으로 엄청난 비용을 아끼면서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동안 토종 플랫폼 기업들은 세금 역차별을 당하는 꼴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한국 과세당국도 세금 추징에 나섰지만 테크기업들은 소송전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국세청과 구글, 넷플릭스 간의 조세 불복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데 EU의 사례처럼 세금 회피 수법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올지 미지수다. 지난해 외국계 기업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국세청의 패소 비율이 국내 기업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하는데,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버티는 해외 빅테크들이 많아질까 우려된다.

글로벌 빅테크의 세금 우회를 차단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서버가 어디에 있든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를 자체 도입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우리도 성실하게 납세 의무를 다하는 토종 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지 않도록 플랫폼 생태계의 조세 정의와 공정 경쟁 질서를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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