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갈등 논란 속… 건배사도 러브샷도 현안 논의도 없었다 [尹·與 지도부 90분 회동]
‘한동훈 지도부’ 완성된 이후 첫 만남
尹 “韓 대표가 좋아하는 고기 준비”
식탁에는 술 대신 오미자차 올라와
대통령실 “상견례 의미… 소통 자리”
독대요청 보도 놓고 양측 주장 달라
“친윤·친한 사안마다 충돌 신뢰 바닥”
尹·韓 독대 근시일 내 성사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이뤄진 만찬 회동은 시작 1시간30분 만에 종료됐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교체로 ‘한동훈 지도부’가 완성된 뒤 처음 가진 상견례 성격의 회동이었지만, 건배사나 러브샷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대통령실과 당 양쪽에서 20명 넘게 참석한 자리여서 애초 의료개혁, 김건희 여사 문제,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 관한 깊은 논의가 오가기도 어려운 구조였다고 한다. 행사 전부터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여부를 두고 당정 갈등만 부각됐던 만큼 예견됐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만찬은 이날 오후 6시30분 시작돼 8시쯤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며 메뉴를 소개했다. 음주를 하지 않는 한 대표를 배려해 식탁에는 술 대신 오미자차가 올라왔다.
대통령실에서는 정 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및 주요 수석 등 12명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에 맞춰 도착한 윤 대통령은 한 대표 등과 일일이 악수한 뒤 참석자들에게 만찬장인 야외 분수정원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잘 지내셨느냐, 지난주까지만 해도 너무 덥고, 다음주 되면 더 추워져서. 저도 여기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함께 먹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만찬을 해야지 생각만 했는데, 2022년 가을에 만들어진 후 2년 만에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당측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주로 체코 순방 성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마주 앉은 한 대표가 의견을 개진하거나 토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만찬 후 통화에서 “달밤 야외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며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는 분위기였고 특별한 건 없었다”고만 했다. 다른 참석자는 “한 30명이 모여 앉아 어수선한 가운데 대통령 혼자 얘기하고 발언 기회도 안 주니 한 대표가 조속한 시일 내에 독대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대통령실 측에 건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다음날 전대 출마자들과 함께했던 만찬에서는 윤 대통령이 맥주를, 한 대표는 콜라를 들고 러브샷을 한 적이 있으나 이날은 그런 장면도 연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당내 친윤(친윤석열)계는 발끈하고 있어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독대 요청을 꺼내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판을 깬 것”이라며 “본인이 (독대 요청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면 소통 능력의 문제고, 측근이 흘렸다 해도 측근 관리를 실패한 리더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러한 갈등을 두고 “당이 친윤·친한계로 나뉘어 사안마다 다른 입장을 내니 누가 누구 편인가 자꾸 생각하게 되고, 같은 당 의원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의료대란의 핵심인 의대 정원 문제와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 대표와 대통령실 간극이 큰 만큼 근시일 내에 독대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김나현·조병욱·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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