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갈등 논란 속… 건배사도 러브샷도 현안 논의도 없었다 [尹·與 지도부 90분 회동]

김나현 2024. 9. 2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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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됐던 당정 ‘빈손 회동’
‘한동훈 지도부’ 완성된 이후 첫 만남
尹 “韓 대표가 좋아하는 고기 준비”
식탁에는 술 대신 오미자차 올라와
대통령실 “상견례 의미… 소통 자리”
독대요청 보도 놓고 양측 주장 달라
“친윤·친한 사안마다 충돌 신뢰 바닥”
尹·韓 독대 근시일 내 성사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이뤄진 만찬 회동은 시작 1시간30분 만에 종료됐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교체로 ‘한동훈 지도부’가 완성된 뒤 처음 가진 상견례 성격의 회동이었지만, 건배사나 러브샷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대통령실과 당 양쪽에서 20명 넘게 참석한 자리여서 애초 의료개혁, 김건희 여사 문제,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현안에 관한 깊은 논의가 오가기도 어려운 구조였다고 한다. 행사 전부터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여부를 두고 당정 갈등만 부각됐던 만큼 예견됐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만찬은 이날 오후 6시30분 시작돼 8시쯤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며 메뉴를 소개했다. 음주를 하지 않는 한 대표를 배려해 식탁에는 술 대신 오미자차가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에 앞서 오후 6시7분 한 대표가 도착하자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이 마중을 나왔다. 이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양측 참석자들이 하나둘 도착하면서 자연스럽게 환담이 이어졌다. 당에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해 최고위원 6명,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등 14명이 자리했다.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과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도 참석 대상이었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가 늦게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함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서는 정 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및 주요 수석 등 12명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에 맞춰 도착한 윤 대통령은 한 대표 등과 일일이 악수한 뒤 참석자들에게 만찬장인 야외 분수정원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잘 지내셨느냐, 지난주까지만 해도 너무 덥고, 다음주 되면 더 추워져서. 저도 여기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함께 먹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만찬을 해야지 생각만 했는데, 2022년 가을에 만들어진 후 2년 만에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만찬이 끝날 무렵에는 윤 대통령이 “커피 한 잔씩 하자”며 아이스라테를 주문하자 한 대표가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습니까”라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음료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만찬 종료 후 참석자들은 ‘국민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손뼉을 치며 사진 촬영을 했다.
“국민을 위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에 앞서 한동훈 대표(앞줄 왼쪽 여섯 번째), 추경호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후 윤 대통령이 공원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어린이야구장까지 산책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추 원내대표와 나란히 거닐며 10여분간 담소를 나눴다. 대통령실은 이같이 전하며 만찬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밝혔다.

당측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주로 체코 순방 성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마주 앉은 한 대표가 의견을 개진하거나 토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만찬 후 통화에서 “달밤 야외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며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는 분위기였고 특별한 건 없었다”고만 했다. 다른 참석자는 “한 30명이 모여 앉아 어수선한 가운데 대통령 혼자 얘기하고 발언 기회도 안 주니 한 대표가 조속한 시일 내에 독대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대통령실 측에 건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다음날 전대 출마자들과 함께했던 만찬에서는 윤 대통령이 맥주를, 한 대표는 콜라를 들고 러브샷을 한 적이 있으나 이날은 그런 장면도 연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이날 만찬이 성사되기까지 여권 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의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제안에 대통령실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한 차례 순연된 만찬인 데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독대 성사 여부를 두고 당 지도부와 용산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 대표는 만찬 당일인 이날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자꾸 (독대 요청을 언론에 제가) 흘렸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 요청을 한 게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이 체코 순방에서 귀국하기 전 언론에 한 대표 측의 독대 요청 사실이 먼저 공개된 상황을 두고 대통령실에서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과 관련해서는 “(독대 요청 보도가) 흠집내기나 모욕주기처럼 느껴지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 친윤(친윤석열)계는 발끈하고 있어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독대 요청을 꺼내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판을 깬 것”이라며 “본인이 (독대 요청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면 소통 능력의 문제고, 측근이 흘렸다 해도 측근 관리를 실패한 리더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러한 갈등을 두고 “당이 친윤·친한계로 나뉘어 사안마다 다른 입장을 내니 누가 누구 편인가 자꾸 생각하게 되고, 같은 당 의원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의료대란의 핵심인 의대 정원 문제와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 대표와 대통령실 간극이 큰 만큼 근시일 내에 독대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김나현·조병욱·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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