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님, 반려식물이 아픈가요? …‘이동형 클리닉’이 갑니다

최예린 기자 2024. 9. 2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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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정오, 충남 천안시청에서 청사 관리를 맡은 송병학(65)씨는 사무실에서 키우던 다육식물 '만손초'를 들고 시청 주차장을 찾았다.

한수정의 세종수목원은 2022년 7월부터 수목원 안에 '반려식물상담실'을 두고 찾아오는 '식집사'들에게 식물 키우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데, 이런 상담실을 트럭으로 옮긴 것이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 3월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 트럭이 전국 곳곳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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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종수목원의 채인환 총괄이 지난 23일 충남 천안시청에 자리 잡은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 트럭에서 천안시청 직원 송병학(65)씨의 다육식물 상태를 보며 상담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작년 이맘때쯤 며느리한테 선물받은 다육이가 죽어가네요. 분갈이를 안 해줘서 그런 건지…. 어떻게 해야 다시 살릴 수 있을까요?”

지난 23일 정오, 충남 천안시청에서 청사 관리를 맡은 송병학(65)씨는 사무실에서 키우던 다육식물 ‘만손초’를 들고 시청 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장 한편에 주차된 녹색 파스텔톤의 개방형 트럭 앞엔 ‘반려식물 고민해결! 지금 출발합니다’라고 적힌 세움간판이 있었다. 트럭과 같은 색의 조끼를 입은 가드너(정원사)가 송씨를 반겼다.

“볕도 적당해야 하는데, 올여름이 너무 뜨거워 식물이 말라버렸네요. 계속 창가에 두기보단 계절과 때에 따라 식물 두는 위치를 바꿔줘야 해요.”

만손초를 꼼꼼히 살핀 가드너의 설명에 송씨는 “인터넷 검색만으론 뭐가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답답했는데,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며 웃음 지었다.

지나가다 발길을 멈춘 행정지원과 소속 유아무개(57)씨는 가드너에게 휴대전화 사진 속의 ‘크로톤’을 보여주며 적절한 가지치기 방법을 물었다. 20분 넘게 상담을 받은 뒤 유씨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 다 키운 뒤 외롭고 적적해 기르기 시작한 식물이 이제 집에 10개가 넘어요. 식물도 매일 애정과 정성을 기울여야 잘 자라더라고요. 요만한 커피나무가 커서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데 얼마나 보람 있던지. 심지어 얘네(식물)는 자식처럼 말대꾸도 안 하잖아요. 얼마나 예뻐요.”

지난달 31일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의 가드너들이 시민들을 만나 반려식물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제공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이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 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이다. 한수정은 백두대간수목원·세종수목원·한국자생식물원 등 국가수목원을 관리하고 정원 문화·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산림청 산하 기관이다. 한수정의 세종수목원은 2022년 7월부터 수목원 안에 ‘반려식물상담실’을 두고 찾아오는 ‘식집사’들에게 식물 키우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데, 이런 상담실을 트럭으로 옮긴 것이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이다.

최재원 한수정 대외협력실 주임은 “코로나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크게 늘어 한수정 누리집과 세종수목원·백두대간수목원에서 온·오프라인 반려식물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서툰 어르신이나 수목원 방문이 힘든 소외·취약계층의 경우 상담소 이용이 쉽지 않아 고민하던 중, 필요한 곳으로 식물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 3월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 트럭이 전국 곳곳을 누빈다. 올해 이동형 클리닉 상담사는 세종수목원 정원사업센터 소속의 채인환·김종훈·유현종·전정훈·김원정·권다정 등 가드너 6명이다. 이들은 식물·정원 관련 행사장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복지·장애인 센터, 근린공원, 생활정원, 고속철도(KTX)역, 대학교, 군대 등 다양한 곳을 찾아 식집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

지난 23일 충남 천안시청에서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을 진행한 세종수목원 정원사업센터 소속의 전정훈·김종훈·채인환·유현종 가드너. 최예린 기자

채인환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 총괄은 “농촌 어르신들은 오히려 저희보다 식물 키우기에 능숙하시기 때문에 이동형 반려식물 클리닉은 도시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어르신들이 식물 사진도 없이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답답해하실 때 형태와 상태 설명만 듣고 뭔지 딱 맞힐 때의 쾌감은 말로 다 못 한다”며 웃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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