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바논 주민에 대피 메시지…가자지구와 유사한 ‘심리전술’

김서영 기자 2024. 9. 2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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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통신 정보 접근 추정
헤즈볼라 회의 등 감지 목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거주 남성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공습 전 휴대전화로 보낸 대피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통신 기반시설에 침투하고 주민의 정보를 몰래 수집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2007년쯤부터 통신 정보에 접근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0분쯤 레바논 베이루트와 남부 일부 지역 주민은 휴대폰이나 유선전화로 녹음된 음성이 나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헤즈볼라의 무기가 있는 건물에 있다면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 마을에서 벗어나 있으라”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 레바논 정보부 장관도 이러한 전화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몇 시간 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시작돼 492명 이상이 숨졌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레바논 주민에게 연락한 것이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지구 주민을 전단 살포, 문자메시지 전송, 전화 등으로 압박했듯이 레바논 주민에게도 같은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문자메시지 전송 등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당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든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을 팔레스타인인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이 레바논까지 확대됐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민의 전화번호, 위치 같은 정보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취했느냐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기 훨씬 전부터 레바논에서 불법적으로 통신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동 분석전문가 엘리자 마니에르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정보 수집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을 치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레바논은 2018년에도 이스라엘이 통신회선을 해킹해 민간인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고 규탄한 바 있다.

알자지라는 “특정 지역에 있는 개인에게 경고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실시간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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