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법 위반’ 돈으로 때우는 대법
“사법부 예산 부족 호소·일반직 낮은 응시율 탓” 궁색 변명
대법원이 법이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아 매년 고용부담금으로 수십억원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낸 부담금만 83억여원에 달했다.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부쩍 사법부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나 정작 막대한 예산을 부담금으로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향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대법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 현황’을 보면, 대법원은 2020~2023년 총 83억7478만2000원의 고용부담금을 정부에 납부했다. 장애인을 법이 정한 만큼 정규직 공무원(법원·등기사무직)으로 채용하지 않아 낸 부담금이 73억3999만4240원, 장애인을 비공무원(시설물 청소·점검, 민원 안내 등)으로 덜 채용해 낸 부담금이 10억3478만7760원이었다.
납부액은 해마다 늘었다. 정규직 미채용 부담금은 2020년 13억7400여만원, 2021년 14억5400여만원, 2022년 20억5400여만원, 지난해 24억5700여만원이었다. 비공무원 미채용 부담금도 2020년 2억2900여만원, 2021년 1억5500여만원, 2022년 2억6400여만원, 지난해 3억8400여만원이었다. 각각 4년 새 1.7배가량으로 늘어났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은 국가·지방자치단체·기업 등이 전체 직원 대비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면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대법원은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한 번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의무고용률은 2020~2021년 3.4%, 2022~2023년 3.6%에서 올해는 3.8%로 상향됐다. 대법원의 정규직 장애인 월평균 고용률은 2020년 2.79%, 2021년 2.72%, 2022년 2.70%, 지난해 2.65%였다. 올해 1~8월 기준으로는 2.67%였다. 법이 의무고용률을 매년 높인 것과 반대로 대법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떨어진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뒤 “사법부 예산이 몇년간 감소했다”며 ‘예산 편성 독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 지연 문제나 법원 전산망 해킹 사태 이후 전담 전문가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등을 예산 부족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다른 공무원에 비해 법학 관련 시험과목이 많아 장애인 공무원 응시율이 낮은 점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며 “법관 및 법원보안관리 직렬 공무원에 대해서도 검찰이나 경찰 공무원처럼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내년부터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경력 경쟁채용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장애인 공무원이 근무하기 적합한 업무를 발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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