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두 국가론, 반헌법적”…여당과 한목소리로 ‘시선 돌리기’
‘북한 주장과 유사성’ 부각하며 보수 지지층 결집 시도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장한 ‘남북 두 국가론’에 대해 북한 주장과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색깔론’ 공세에 윤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게 됐다. 여권이 두 국가론을 정치권 주요 이슈로 부각해 여론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치권 일각에서 요즘 갑자기 통일을 추진하지 말자, 통일은 이야기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평생을 통일운동에 매진하면서 통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 갑자기 자신들의 주장을 급선회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반민족 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며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 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은)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였다”며 남북관계를 전면 재설정했다. 북한은 다음달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통일’을 헌법에서 삭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이 두 국가론과 헌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하자 대통령실이 북한 주장과의 유사성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임 전 실장의 발언 이튿날인 지난 20일 새벽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 중 현지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9·19 남북 군사합의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고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 대북정책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여론을 결집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남북 문제를 국내 정치의 주요 이슈로 키워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정이 같은 목소리를 내 야당에 맞서는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윤·한 갈등에 따른 더불어민주당의 반사이익을 차단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종북 주사파 소리 들으면서 통일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말이 바뀌는 것이야말로 이런 분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윤석열 정부야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정확하게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야권이 체코 원전 수출을 ‘덤핑’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협력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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