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韓 좋아하는 고기" 준비했지만…의정갈등. 金여사 논의 없었다
한동훈 요청한 독대 무산…현안논의 전무
당대표 인사말도 안 시켜…韓 독대 재요청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 회동에서 "우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둘러싸고 빚어진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 갈등을 의식해 일부러 친근감을 담아 한 대표에게 건넨 덕담으로 해석된다. 다만 두 사람 사이 독대는 불발됐고, 의정갈등 등 민감한 현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밥만 먹고 끝난 '빈손회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진행했다. 만찬은 윤 대통령이 추석 연휴 직전 한 차례 미뤘던 만찬을 다시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식사 자리에 마주 앉은 건 지난 7월 24일 이후 두 달 만이다.
국민의힘에선 한 대표를 비롯해 추경호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김종혁·진종오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곽규택·한지아 수석대변인, 정희용 원내대표비서실장 등 주요 당직자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및 주요 수석 비서관이 참석했다. 김건희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오미자차로 다 같이 건배하며 만찬을 시작했다. 정혜전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메뉴는 한식과 소·돼지 고기가 준비됐다.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다.
대화주제는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이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체코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한다"며 "2기에 24조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도 대화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정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서로의 갈등설을 의식한 듯 계속 친근하게 대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이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커피 한 잔씩 하자"며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것인가"라고 물었다. 대통령이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자, 한 대표는 "대통령님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으신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통령은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음료를 좋아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정 대변인은 "오늘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며 "만찬을 마친 후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분수공원에서 다 같이 '국민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사진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 사진 촬영이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공원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즉석에서 산책을 제안했다. 분수공원에서 어린이야구장까지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와 나란히 거닐며 10여분 동안 산책을 하고 담소를 나눴다.
다만 이날 한 대표가 요청했던 독대는 성사되지 않았다. 의정갈등 해법이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현안 역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만찬에 참석하는 인원도 많아 정책 현안에 대한 밀도 있는 소통도 이뤄지기 어려웠다. 대통령실도 이날 만찬이 '상견례적 의미'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체코 방문 성과를 공유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당초부터 대통령실에서 민감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피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후에도 당정 관계가 개선되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대 현안인 의정 갈등 해결책을 둘러싼 간극이 완전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당초 한 대표는 여·여·의·정 협의체 구성과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2025년도 의대 증원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의사 증원 등 의료 개혁을 흔들림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비쳤다.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논의도 대통령실에선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날 만찬이 지난 7월 만찬보다 30분 일찍 끝난 것도 서먹한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대표의 인사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와 식사 자리에서는 대표가 인사말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번에는 별도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셈이다.
결국 한 대표는 다시 독대를 요청했다. 한 대표는 만찬이 끝날 무렵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대통령님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복수의 만찬 참석자가 전했다. 독대 재요청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의사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에게 즉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답변을 피한 바 있다.
친한(친한동훈)계의 한 참석자는 "아무리 상견례 자리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중요 현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말 그대로 밥만 먹고 왔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4·10 총선에서 낙선한 한 중진의원은 "지금 의료대란과 경제문제로 정부와 여당을 향한 민심이 악화된 현실을 알고나 있는 지 모르겠다"며 "안다면 이렇게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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