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대차, 하이브리드차로 우회 말고 전기차로 직진해야
올여름 지구촌은 기후재앙을 실감했다. 군산에는 1년치 강수량의 10%가 1시간 만에 쏟아졌고, 여주는 수은주가 섭씨 40도를 돌파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49도까지 치솟았고, 역대급 태풍으로 필리핀에선 산사태와 홍수가, 베트남에선 300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극한 기상과 급증하는 피해는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함을 일깨운다.
기후위기 대응의 관건은 각 산업의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살펴보면 수송부문이 에너지 다음으로 큰데, 그중에서도 도로 교통수단이 주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억제에 부응하려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수송부문 배출량의 심각성에 따라 자동차 기업들의 책임이 강조되자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탄소중립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대표 기업인 현대자동차도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2021년 9월에 발표했다.
3년이 흘렀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올해 현대차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총배출량은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2022년에도 늘었는데 이번엔 상승폭이 더 커졌다. 현대차가 지난해 배출한 1억4400만t의 이산화탄소는 북유럽 4개국(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총배출량의 79%는 주행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차지한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위해선 주행 중 배출량이 없는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3년 현대차 판매량의 93%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였다. 갈 길이 멀지만, 한편으론 전기차 전환을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양이 엄청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는 전동화와 거리가 먼 하이브리드차에 힘을 쏟으며 탄소중립에서 멀어지고 있다. 2023년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8% 증가했다. 문제는 하이브리드차는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주행 중 배출량은 16%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친환경 자동차라는 인식과 달리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이유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유럽은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차로 방향을 틀어 전동화 속도를 늦추는 것은 기후위기는 물론 지속가능경영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최근 현대차는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장착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하이브리드차 판매목표는 2028년 133만대로, 지난해 판매계획보다 40%나 많다. 반면 전기차는 2027년 84만대로 지난해 발표보다 오히려 줄었다.
몇년 전 현대차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을 때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엔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며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지금 현대차에게 필요한 것은 ‘하이브리드차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전기차 퍼스트 무버’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올해 2분기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젠 기업의 리더십과 책임감을 배출량 감소와 탄소중립 이행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현대차가 진정 기후위기 대응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하이브리드차로 우회하지 말고 하루빨리 전기차로 직진하기를 바란다.
홍혜란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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