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받은 코리아오픈

팬들 기대했던 톱랭커의 불참 비롯
낙후한 코트 시설 등 아쉬움 남겨
“WTA 500 등급 걸맞은 환경 마련”

‘올림픽 유산’으로 남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는 약 40년의 세월에도 크게 변한 게 없다.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센터코트 카메라 앵글 밖 관중석 2층부터는 하얗게 바랜 의자가 자리하고 있다.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하는 의자도 있다. 관람석 상층부에는 오래돼 벗겨진 페인트 벽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한 테니스 원로는 “어떤 화장실은 올림픽 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올림픽 테니스코트의 시설 낙후는 꽤 오랜 시간 지적받아 왔지만 시설 관리 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뒷짐만 지고 있다. 지난해 대회가 끝난 뒤 고친 곳이라고는 1층 관중석 일부뿐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코리아오픈은 WTA 250시리즈에서 WTA 500 등급으로 승격돼 개막했다. 동호인 스포츠로 테니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WTA는 500시리즈 대회에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지만 센터코트 전광판 부재, 선수들 훈련을 위한 실내 테니스장 사용 불가, 센터코트 배수 및 시설물 누수 등 WTA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몇몇 문제는 WTA로부터 페널티(벌금)를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대회 관계자는 “센터코트는 결국 이런 테니스 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장소인데 올림픽 코트 내 많은 사무실들이 다른 체육단체들에 임대돼 있어 정작 대회를 소화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한숨지었다. 낙후된 좌석으로 인해 관중 부상자도 2명이 나왔고, 몰리는 관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 문제도 그대로다.

코리아오픈은 대회 초반부터 악재가 적지 않았다. 당초 프랑스오픈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비롯해 2022년 윔블던 우승자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제시카 페굴라(미국) 등 세계 톱10 선수 3명 모두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500시리즈로 승격돼 예년에 비하면 톱랭커 출전 비중이 늘었음에도 ‘톱스타’를 보지 못해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를 맡은 이진수 JSM 대표이사는 “기대했던 톱랭커의 불참, 무더위 등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많은 테니스팬들이 관심을 보여주셨다”며 “최소한 대회를 원활하게 치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단과 계속해서 잘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