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면 뜯어보니 KS인증 없어…전국서 대규모 교체 (풀영상)
<앵커>
부실시공과 감리로, 논란을 빚었던 LH의 공공임대 아파트에 또다시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품질 인증을 받지 않은 거울이 전국에 8천 세대 가까운 집에 쓰인 것입니다. LH는 뒤늦게 교체에 나섰는데 입주민들은 왜 바꾸는지 설명조차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운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570여 세대 규모 LH 공공임대 아파트, 지난해 준공돼 대부분 입주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지하주차장 곳곳에 여전히 욕실 거울과 자재들이 쌓여 있습니다.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인 건데, 입주민들은 이유를 모르고 있습니다.
[남양주 LH 아파트 입주민 : (교체 이유를) 이상해서 물어보니까 뭐 (관리사무소) 그 사람들도 모르고 입주한 사람들도 모르고. 그냥 갑자기 뭐 우당탕 와서 다 교체하더라고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초 준공된 경기도 양주의 370여 세대 규모 아파트 주차장 한편에도 자재들이 쌓여 있고, 2년 전 준공된 경기도 평택의 900세대 규모 아파트에서도 최근 1차 교체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이곳 입주민들 역시 정확한 이유를 듣지 못한 채, 단체 대화방에서 서로에게 경위를 물어야 했습니다.
[평택 LH 아파트 입주민 : 2년 차 하자 점검이라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은 들었는데. 정확하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고지를 해주셨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관리사무소들은 코팅이 벗겨지는 하자로 '자진 리콜'한다거나 준공 2년 차 하자 보수라는 내용 등으로 안내했는데, 진짜 교체 이유는 거울 뒷면에 숨어 있었습니다.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품질 인증을 받은 자재에 주어지는 한국산업표준, KS 마크가 있는 자재를 써야 하는데, 이런 인증 마크가 없는 부적합 자재로 시공됐던 것입니다.
[남양주 LH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LH에서는 KS 인증 문제는 따로 이야기 안 하셨나요?) 저는 그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평택 LH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건설사에서 사실은 하자가 발생해도 잘 안 해줘요. 돈 드는 거는. 근데 이거는 바꿔준다고 그래 가지고 웬일이야?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SBS 취재 결과 부적합 자재 사용이 확인된 LH 공공임대 아파트는 전국에 걸쳐 7천800여 세대에 달했습니다.
이들 세대 가운데는 산화에 더 강한 은 재질 거울을 써야 함에도 상대적으로 싸고 산화에 취약한 알루미늄 거울이 사용된 곳도 있었습니다.
거울은 안전과 직결되는 자재는 아니라 신고 품목으로 분류돼 있어서 상대적으로 품질 관리 절차가 느슨했습니다.
[LH 관계자 : 조립식 시스템 욕실에 들어가는 12가지 마감재는 신고 품목입니다. 신고한 곳에서 서류를 제출하는 게 이제 맞게 할 거라고 저희는 믿고….]
LH는 교체 이유와 진행 상황을 입주민들에게 상세히 알리고, 이달 말까지 교체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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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그동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품질 관리를 강화하겠다 했던 LH는 이런 사실을 현장의 제보가 있기 전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외부 감리가 아니라, LH가 직접 감독을 했던 곳에서도 이 거울들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백운 기자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기자>
LH와 아파트 건설을 계약한 건설사는 대개 욕실, 주방 등 일부 시공을 하도급사에 맡깁니다.
하도급사들은 필요한 자재를 여러 납품 업체로부터 받아 시공합니다.
이번에 부적합 자재가 대규모로 시공됐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나게 된 것은 현장에서 들어온 한 익명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가구·인테리어 업계 선두 A 사가 거울을 시공한 아파트들이었습니다.
제보를 받은 LH가 거울 뒷면을 뜯어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그제야 심각성을 파악한 LH는 최근 5년간 준공된 공공임대 아파트 전수조사에 나섰는데 KS 인증이 없는 부적합 자재를 쓴 하도급사는 모두 4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시공 하도급사 관계자 : 공사를 할 때도 그걸 확인을 다 일일이 다 하긴 해야 되는데 그걸 저희도 미스(누락) 한 거죠.]
LH는 관리 미흡을 인정하면서도, 하도급사들이 자재를 직접 선정해 시공하는 이른바 '신고 품목'의 경우 업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가 된 업체들 모두 시공 전 품질 검증 단계에서는 정상 시험성적서와 KS 인증 마크가 있는 견본품을 LH에 제출해 검증을 통과했다는 겁니다.
[LH 관계자 : (LH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건가요?) 그렇게 저희도….]
[LH 관계자 : (건설사들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곳이 많습니다. 서류를 본인들도 그렇게 알고 받아서 설치되는 줄 알았다고.]
LH는 지난해 철근 누락 사태와 전관 특혜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어 품질관리 전담 부서까지 신설했는데 또 허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된 단지 중에는 LH가 직접 감리를 맡은 곳도 있었습니다.
현장 검증보다 서류 중심으로 품질 검증이 이뤄지다 보니, 실제 시공 단계에서 인증도 받지 않은 자재를 써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 구조입니다.
거울 말고도 신고 품목 대상이라면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LH 관계자 : 이윤적인 걸로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굳이 이게 KS 제품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중국산이라든지 이렇게 들어오면서 그런 것들이 많다 보니까, 가격입니다.]
하도급을 맡은 A 사는 검수 과정에서 부적합 자재를 걸러내지 못한 것일 뿐, 고의는 아니었다면서 입주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LH는 계약 위반으로 판단하고 4개 하도급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아파트 시공 전반에 책임이 있는 건설사와 감리사에 대해서도 앞으로 입찰에서 제재하는 등 현장 품질 관리가 더 철저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이소영, 디자인 : 박초롱·박천웅)
백운 기자 clou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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