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무급휴직 신청...폐국 위기 TBS, 보수 종편에 넘어가나

정민경 기자 2024. 9. 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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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정관 개정 통해 기부금 받아 급한 불 끄는 것이 1차 관문
오는 12월 재허가 앞둔 TBS…언론노조 TBS지부 "청산만은 막겠다"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TBS 양대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8월8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TBS 폐국 위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8월 말부터 인건비 없는 상황이 본격화된 가운데 9월 월급날을 앞둔 24일부터 TBS는 무급 휴직 신청자를 받기 시작했다. 1년 전 380명이 넘던 직원은 9월 기준 240여 명이 남았다. 경영진은 재정 위기가 계속될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법인 청산'까지 언급했다.

TBS 경영진은 23일 '직원에게 드리는 글'이란 공지를 통해 “9월 임금 지급부터 불확실하며, 필수 업무를 위한 최소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 대상 무급 휴직 권고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10월 이후에도 재정 위기 극복이 어려운 경우 TBS 법인 청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TBS 측은 24일부터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12월 재허가 기간까지 필수 업무를 위한 최소 인력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TBS의 한 관계자는 “최소 업무 인력은 대략 50여 명, 혹은 그 이하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관 개정 통해 기부금 받아 급한 불 끄는 것이 1차 관문

TBS는 2020년 독립 재단으로 전환했지만 상업광고가 허용되지 않는 가운데 매년 서울시로부터 출연금을 지원 받았으며 그 규모는 전체 재원의 70%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TBS 조례 폐지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서울시의 TBS 지원 근거가 사라졌다.

지난 6월1일자로 조례 유예기간이 끝나 재정 지원이 완전히 끊긴 상태에서 3개월 간 일부 임금이 지연되는 상황도 이미 벌어졌다. 미지급 임금과 9월 인건비, 방송 운용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순위인데 이를 위한 첫걸음이 정관 개정이다.

TBS 경영진은 “TBS 재단에 출연 의사를 보인 민간 기업 두세 곳을 찾아 출연금을 받을 준비를 해왔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정관 개정을 지연하고 있어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양구 TBS 경영전략본부장은 통화에서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해제가 됐고 민간재단 정관으로 바뀌어야 기부를 받을 수 있는 행정적인 처리를 할 수 있는데 방통위에서 정관 개정을 하지 않고 있다. 정관 개정은 과장 전결 사항인데 해주지 않고 있다”며 “원래는 9월10일까지가 처리 기간인데 한차례 연장 통지서를 줘서 27일까지는 답을 해줘야 한다. 만약 정관 변경을 불허한다면 TBS는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에 “TBS 관련 정관변경 허가는 검토 중인 상황이라 답변이 불가능하며 조만간 정관변경 건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관 변경 이후에는 공익 법인(지정 기부금 단체)으로 지정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올해 마지막 공익 법인 지정신청은 10월10일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맞춰 정관 개정이 필수적이다.

▲TBS 로고. 사진출처=연합뉴스.

12월 재허가 앞둔 TBS…언론노조 TBS 지부 “청산만은 막겠다”

정관 개정이라는 산을 넘더라도, 기부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오는 12월로 다가온 TBS 재허가 시기에 맞춰 어떤 방식으로 TBS를 운영할지 밝혀야 한다. 그러나 현재 김태규 부위원장의 1인 체제 방통위에서 앞으로 산적한 문제들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TBS 재허가가 12월에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통위라면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해주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지적한 뒤 “기부금 운영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이후의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려하면서 재허가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현재의 방통위 체제는 그런 식의 재허가 심사 자체가 가능한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관 개정 안 되면…'라디오 주파수 반납' 최악의 전망도

정관 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 경영진의 언급처럼 법인 청산을 하거나 라디오 주파수를 반납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일부 보수 종편은 TBS가 폐국될 시 주파수를 선점하기 위해 서울시와 접촉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성명에서 “방통위가 TBS 독자생존 방안을 묵살한 뒤 조중동 등 족벌 보수 종편에 TBS 황금 주파수를 넘기려 한다는 음모론이 감지된다”고 주장했다.

TBS 민영화 가능성을 두고 과거 경기방송 사례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TBS 내부 전망이다. 경기방송의 경우 주파수 반납에서 매각까지 3년이 걸렸는데 OBS에서 매각을 하면서 고용승계로 이어졌다. 한 TBS 관계자는 “경기방송 같은 경우 2~3년 동안 버틴 사례인데 TBS는 2020년부터 너무나 지난한 과정을 겪어 왔고 더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앞으로의 상황은 방통위의 27일 정관 개정 변경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며 “이미 임금 체불 상황까지 왔지만 12월 재허가까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힘을 모아 버티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청산'이라는 상황은 막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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