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직원 240명 생명줄, 방통위 손에 달렸다

김고은 기자 2024. 9.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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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재단 전환 과정 난항… 9월 급여 지급불능, 10월 법인청산설
방통위 허가해야 비영리법인 전환… 회신기한 연기하며 "검토 중"

“TBS 민영화가 아닌 소멸화다.”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제외된 TBS가 민간재단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 9월 급여 지급부터 불가능한 것은 물론, 10월엔 법인 청산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TBS 경영진은 전 직원 대상 무급휴직 시행과 구조조정 돌입을 예고하며 최대한 ‘버티기’ 전략을 짜고 있지만, 법인 전환이 늦어질수록 재기 가능성은 멀어져 이대로 고사할 거란 내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품을 떠난 TBS가 민간재단 전환에도 애를 먹고 있다. 애초에 민영화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려웠던 데다가 정관 변경의 키를 쥔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TBS가 2023년 6월 공정성 강화 등을 포함한 TBS 혁신안을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9월11일, 행정안전부 고시로 TBS는 서울시 손을 떠났다. 1990년 6월, 시영 교통방송으로 개국한 지 34년 3개월,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출범한 지 4년 7개월 만에 ‘서류상’ 관계마저 끝난 것이다. 이미 지난 6월1일자로 ‘TBS 지원 폐지 조례’가 시행되며 서울시가 TBS에 출연금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 터였다. TBS의 출연기관 지정이 해제된 날, 서울시의회는 상임위원회 소관 기관에서 TBS를 삭제하는 내용의 시의회 기본 조례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제 TBS에 서울시, 시의회와 연결된 끈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다.

서울시 품을 떠났다고 바로 홀로서기가 가능한 건 아니었다. 한 해 예산의 70%가량을 차지하던 서울시 출연금이 지난 6월부로 완전히 끊긴 뒤 TBS는 건물 임대료는커녕 임금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는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시와 시의회에 추가 지원을 호소하는 것도 더는 가능하지 않게 되자 다른 출연(기부) 기관 물색에 나서 두세 곳으로부터 긍정적인 회신까지 받았는데, 이마저도 난관에 봉착했다. 민간 투자나 기부를 원활히 받기 위해선 비영리법인으로 정관을 바꾸고 방송통신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TBS 이사회는 8월27일 현재의 정관에서 서울시의 역할을 삭제한 일반 비영리 재단법인 정관으로 개정을 의결하고 방통위에 정관 변경허가를 신청했다. 방통위 세칙상 정관 제·개정 허가는 과장 전결 사항이어서 관례에 따라 열흘 안에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방통위는 회신 기한을 오는 27일까지로 연기했다. 당장 이달 안에 재원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9월 급여일(25일)에 직원들 통장엔 아무것도 찍히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24일 “정관 변경허가는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방통위 안팎에선 서울시 출연기관 제외에 따른 정관 변경 문제는 과장 전결 대상이 아닌 위원회 심의·의결사항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만일 방통위가 위원회 검토 사안으로 결론 내린다면 TBS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인 방통위는 현재 어떤 안건도 심의·의결할 수 없고, 이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직원이 무급노동으로 일단 버티더라도 현 재정 상태로는 연말 심사에서 재허가가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손을 떠난 지금, TBS 운명이 방통위에 달린 셈이다.

애초에 이 같은 상황을 만든 데에도 방통위 책임이 없지 않다. 2017년 TBS 재허가 조건으로 ‘독립 법인화’를 요구한 것도, 그래서 TBS가 2019년 법인 분할과 함께 ‘출연금 의존율 경감을 위해’ 상업광고 허용을 신청하자 “서울시 전입금” 등을 고려할 때 “재정 안정을 위해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며 이를 불허한 것도 방통위였다.

그런 방통위가 TBS 재정 확보를 위한 전제 조건인 정관 변경허가를 미루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9월19일 낸 성명에서 “방통위의 행보는 TBS의 숨통을 끊어 문 닫게 하고 그 주파수를 보수 종편에 넘기는 정권 차원의 특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허가가 나기 전까진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TBS는 10월부터 추가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TBS 경영진은 23일 “필수 업무를 위한 최소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 대상 무급휴직 권고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10월 이후에도 재정 위기 극복이 어려운 경우 부득이 TBS 법인 청산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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