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방통위 총동원 'MBC 압박' 무위로… 장악 시도 언제까지
방문진 이사진 새로 꾸려야하지만
국회선 방통위원 추천 일정 늦춰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여권 구도로 재편해 MBC 사장을 교체하려는 정치권력의 시도가 계속 실패하고 있다.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한 방문진 압박은 기어이 실패로 끝났고, 방문진 이사를 교체하려던 계획 역시 법원의 제동으로 번번이 좌절된 상황이다. 결국 ‘2인 체제’ 방통위를 정상화해 방문진 이사진을 새로 선임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회가 방통위원 추천 일정마저 늦추며 당분간 MBC 장악 시도는 무기한 연기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11일 방문진이 MBC 관계사의 투자 손실 등 경영상 문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며 ‘기관 주의’를 요구했다. 지난 2022년 11월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이 청구한 국민감사를 받아들여 9개 중 6개 사안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지 1년 10개월 만이다. 감사원은 방통위 검사·감독과 맞물려 지난해 7월 본 감사를 진행하며 방문진을 압박했지만 끝내 주의를 요구했을 뿐 고발 조치는 따로 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방문진 검사·감독을 실시했던 방통위도 지난해 8월 방문진의 MBC 경영 관리·감독 소홀 등을 문제 삼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당시 방통위는 검사·감독, 감사원 감사 등에 힘입어 신속하게 방문진 이사들 해임을 추진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에게 해임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내고, 열흘 만에 해임 청문을 진행하더니 그로부터 단 일주일 만에 해임을 결정하는 식이었다. 법원은 그러나 방통위가 주장한 해임 사유 상당 부분이 소명되지 않았고, 해임의 타당성이 의심된다며 번번이 방통위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해임됐던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는 다시 방문진으로 복귀했고, 그사이 새로 선임된 여권 이사는 임명이 취소되는 등의 촌극이 벌어졌다.
다만 법원의 제동에도 정치권력은 또 다시 국가권익위원회를 동원해 방문진 이사들을 압박했다. 이번엔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를 겨냥해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조사했고, 한 달여 만에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수사가 필요한 사항은 수사기관인 경찰청에, 조사 및 행정처분이 필요한 사항은 방통위에 이첩하겠다고 했지만 4월 경찰은 이 사안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MBC를 향한 정치권력의 압박은 대주주인 방문진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취임 이후, 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MBC 보도에 무더기 법정제재를 내리며 MBC 재허가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러나 법정제재가 부당하다며 MBC가 낸 19건의 행정소송이 가처분 단계서 모두 인용되며 이마저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 8월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여권 구도 재편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임명 당일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강행했지만 법원이 ‘2인 체제’ 위법성을 문제 삼으며 임명을 집행정지해서다.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회의를 전제하고 있다”며 2명만으로도 심의·의결이 가능하다는 방통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만약 최종심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확정되면 권태선 이사장 등 현 이사들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위를 유지한다.
방문진, MBC를 향한 정치권력의 견제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심판이 끝나고 국회도 방통위원 추천 일정을 더 이상 연기할 수 없게 되면 방통위 정상화 및 새로운 방문진 이사진 선임은 불가피해진다. MBC 관계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문진법 등이 통과되지 않으면 방문진 이사들을 갈아치우려는 시도는 계속될 거라고 본다”며 “지금 큰 불은 껐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긴 섣부르다. MBC를 장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는데, 세무서를 동원하든 감사원·경찰이 다시 등장하든 뭐라도 꼬투리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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