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산다며 허둥지둥...금은방 주인 직감이 맞았다

손님의 보이스피싱 피해 알아챈 금은방 주인
필담 나누며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경찰에 신고
범인에게 골드바 포장한 것처럼 연기하기도
잠복 경찰이 범인 현장 체포
중랑서 “공범 및 여죄 수사 이어갈 방침”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이고 금품을 요구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죄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한 금은방 주인의 신고가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랑경찰서는 지난 23일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한 금은방 직원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지급했다. (사진제공=중랑경찰서)

24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중국 국적의 남성 A씨(28)를 지난 15일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지난 13일 A씨와 공범은 피해자인 50대 여성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딸을 납치했으니 몸값으로 골드바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B씨가 골드바를 구입하기 위해 금은방으로 들어와 허둥지둥 하는 모습을 보이자 직원 김 모씨(57)는 범죄 상황임을 직감했다.

김씨는 B씨와 필담을 나누며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비상벨을 눌러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보이스피싱범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큰 소리로 “포장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빈 골드바 상자를 B씨에게 건넸다. 혹시 범인들이 상자를 가져가더라도 B씨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B씨는 빈 골드바 상자 3개와 현금이 든 가방을 들고 잠복 경찰과 함께 접선 장소로 향했다. B씨가 딸의 생사 확인을 요구하며 금품을 건네지 않자, A씨는 검거될 것을 우려해 현장에서 도주했다. 하지만 곧 그를 미행하던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또 다른 2명의 피해자에게도 “자녀를 납치해 마약을 강제로 먹였으니 살리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해 현금 16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한 금은방 직원에게 지난 23일 감사장과 포상금을 지급했다”며 “공범 및 여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