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07>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자명(自銘)을 남긴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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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에 앉아 책을 읽고(坐石觀書·좌석관서) / 샘물 떠서 티끌을 씻네.
자명은 자신의 죽음에 앞서 장차 묘지에 묻을 말을 스스로 쓴 자찬 묘지명이다.
이준은 죽은 뒤에나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을 뿐 살아서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은 큰 도로 나아가는 공부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점을 자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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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死而後已·사이후이
…/ 바위에 앉아 책을 읽고(坐石觀書·좌석관서) / 샘물 떠서 티끌을 씻네.(挹泉濯塵·읍천탁진) / 도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지만(難語乎道·난어호도) / 거칠어도 몸에는 적합하네.(粗適於身·조적어신) / 거울을 마주하니 서글프고(臨鏡悵然·임경창연)/ 얼음 밟듯 늘 조심스레 살았네.(履氷無幾·이빙무기)/ 어찌 감히 게으르겠는가(豈敢自懈·기감자해)/ 죽은 뒤에나 그만둘 수 있네.(死而後已·사이후이)
위 글은 이준(李埈·1560~1635)의 ‘자명(自銘)’ 중 뒷부분으로, 그의 문집인 ‘창석집(蒼石集)’ 권 15 ‘명(銘)’에 있다. 자명은 자신의 죽음에 앞서 장차 묘지에 묻을 말을 스스로 쓴 자찬 묘지명이다.
그의 본관은 흥양(興陽·전남 고흥)이고, 고향은 경북 상주 청리면이다. 서애 유성룡(柳成龍)의 문인으로, 1591년 대과에 급제하여 첨지중추부사·승지·부제학 등을 지냈다. 이준은 죽은 뒤에나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을 뿐 살아서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자 후손에게 주는 말이다. 맨 끝 행 ‘死而後已’는 자기완성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다는 뜻이다. 이준은 큰 도로 나아가는 공부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점을 자책하였다.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길을 가다가 쓰러진다는 뜻의 ‘중도이폐(中道而廢)’가 있다. 의지는 있지만 힘이 다해 어쩔 수 없이 쓰러진다는 말이다. ‘시경’ 소아 ‘거할’ 편에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큰길을 걷노라’는 구절이 있다. 공자가 이를 두고 “도를 향하여 걷다가 중도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날이 힘껏 행하다가 죽은 후에야 그만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준은 자손에게 물려주는 유언을 자기 묘표로 삼게 하였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가업을 후손이 지켜나가길 기대했다. 그는 위험이 따르더라도 정도(正道)를 지키며 일생을 산 문신으로 평가받는다.
혼탁하고 무분별한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집안에는 가르침이 있다. 부모들은 그 가르침을 이어받으며 살고, 또 자식들에게 가르침대로 살라고 이른다. 필자는 선친으로부터 ‘올바른 일을 하였더라도 반드시 뒤를 돌아보고 다시 성찰하라’는 뜻인 ‘선행필성(善行必省)’의 가르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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