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남친이 사줬어요” 명품백 ‘우르르’…이거 안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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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고등학생 박도영.
여자친구가 각종 명품백을 잔뜩 들고 있는 사진.
여자친구와 고급 식당에 가고, 명품 신발을 선물했다.
고등학생이 여자친구에게 명품을 선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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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또영이가 사줌”
16살 고등학생 박도영. ‘훈남’에 축구를 좋아하고 친구들도 많다.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여자친구가 각종 명품백을 잔뜩 들고 있는 사진.
그러고보니, 직전 사진들도 그랬다. 여자친구와 고급 식당에 가고, 명품 신발을 선물했다. 팔로워들 반응도 당연 뜨겁다. 좋아요가 400여개, 부럽다는 댓글도 이어진다.
고등학생이 여자친구에게 명품을 선물하는 것. 그럴만한 일일까? 그 뒤로도 인스타는 계속된다.
수업시간. 수업은 안 듣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놀러 가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즐겼던 풋살 모임에서도 불참.
그 와중에 여자친구는 “도영이가 불러도 안 나오더니 미안하다고 10만원 줬다”고 SNS에 자랑한다. 여전히 그럴만한 일일까?
이번엔 택배 알바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알바 사진이다. 하지만, 댓글까지 본다면 좀 심상치 않다. 맨 마지막에 적힌 댓글, “도영아 돈 받으면 바로 쏴라.”
반려견 사진과 함께 “너 밖에 없다”고 적는가 하면, 팔로워들한테 갖고 있던 명품 신발을 40만원에 처분한다며 DM를 달라고 한다. 돈 갚으라는 글까지 곳곳에 보인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 사진엔 이런 글을 남겼다.
“이때로 돌아갈 수 있나?” 그리고, 마지막 글. “이젠 다 그만두고 싶다.”
주인공 박도영은 가상인물이다. 토스가 경찰청과 함께 청소년 사이버 도박 근절 캠페인 일환으로 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얼굴을 변형·합성, 박도영이란 가상인물을 만들었다.
이어 박도영의 일상생활을 업로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5주간 운영했다. 가상인물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다. 토스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이런 계정을 운영한다는 걸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팔로워 2000여명은 박도영이 가상인물이란 걸 모른 채 팔로우했고, 댓글도 실제 팔로워들이 남겼다. 5주 간 운영하며, 마지막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을 땐 실제 무슨 일 있느냐는 DM까지 이어졌다.
경찰청이 인스타그램과 가상인물을 활용, 청소년 도박 근절 캠페인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실감 나는 스토리와 AI기술, 그리고 청소년에 친숙한 SNS를 활용해 현실감을 더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알리는 바는, 일상생활 속 작은 위험신호도 놓치지 말라는 것. 토스 측은 “아이들이 사이버 도박에 중독돼 가는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고, 내 아이는 도박하지 않는다는 부모들의 생각이 위험하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가상인물 기술의 순기능도 엿볼 수 있다. 딥페이크 등으로 악용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반대로 친숙하면서도 생생한 캠페인을 펼치는 데에도 가상인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토스 관계자는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방과 치유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동권 경찰청 대변인은 “이번 청소년 사이버도박 근절 캠페인이 단편적 홍보를 넘어 시스템 개선까지 협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민관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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