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민원에 멀쩡한 은행나무 '싹둑'…"공존 고민해야"
【 앵커멘트 】 40년 넘게 도심 속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고, 시민들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준 은행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있습니다. 이맘때면 반복되는 은행 열매 냄새 민원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잘라내는 것만이 방법일까요? 이한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도로변, 빽빽해야 할 가로수가 듬성듬성 서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커다란 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엔 밑동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최근 서울 성북구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가 수억 원을 들여 가을철 도심 악취의 원인이 되는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강원정 / 서울 성북구 - "1년 중에 한 달 정도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나무를) 없앤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 스탠딩 : 이한나 / 기자 - "약 45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의 밑동입니다. 제 손의 10배가 넘는 둘레인데요. 이렇게 교체 공사로 베인 나무만 벌써 160그루에 달합니다."
산림청 매뉴얼에는 악취를 막기 위해 은행 열매를 조기에 털거나, 그물망 등을 설치해 민원에 대비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권고 수준에 그치는 탓에 은행 열매 처리는 지자체마다 제각각입니다.
▶ 인터뷰(☎) : 서울 성북구청 관계자 - "(떨어진 은행) 냄새도 엄청 심하잖아요. 아예 수종 교체를 요구하는 민원이 많아요."
문제는 암나무 대신 심어진 어린 수나무가 가로수로 제 역할을 하려면 최소 20년 넘게 걸린다는 점입니다.
▶ 인터뷰 : 최진우 /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 - "나무가 크고 오래되고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태가 우리가 얻게 되는 혜택도 많고, 무엇이 더 이득인가에 대해선 충분히 숙고하고…."
오랜 시간 도심 속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온 은행나무들, 잘라내기 전에 공존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이한나입니다. [lee.hanna@mbn.co.kr]
영상취재: 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이동민 그래픽: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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