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 본인의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신청됐다

이명선 2024. 9. 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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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가 오늘(24일) 이 사건 피해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법원에 공식 요청했다. 오늘 오전에 열린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21부, 허경무 재판장)에서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혀야 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하지 말라고 하면, 재판은 시작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년간 수사를 해오면서 '피해자 윤석열'을 조사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밀어붙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대통령의 증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도 윤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만일 재판부가 윤 대통령에 대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형사 법정에 출석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검찰은 2022년 3월 6일자 뉴스타파 보도([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가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년 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8일 검찰은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과 신학림 전 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재판에 넘겼다. 

사상 최초로 법정 증인 신청된 현직 대통령 

오늘 이 사건 피고인(김용진, 한상진)들이  ‘피해자 윤석열 증인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피해자 윤석열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는 이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재판을 청구한 이 사건(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의사를 밝혀야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법원은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해자 윤석열(대통령실)이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처벌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모순된 주장만 반복해왔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통령실이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요청 자료(처벌불원서)가 공개될 경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답변하기 어려움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주체가 피고인들인지, 대통령인지도 알 길이 없다.  

다음은 뉴스타파 피고인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인신청서 내용 중 일부다.  

“이 사건 공소장에서 증인(윤석열)은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죄의 피해자로 적시되어 있는데,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정보통신망법 제75조 제3항). 그러나 검사는 본건 공소를 제기하면서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인들은 검사의 공소제기가 적법한지 확인하기 위하여 증인을 신문하고자 합니다.” 
- 2024년 9월 23일 뉴스타파가 재판부에 낸 증인신청서 일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첫 재판에 앞서 피고인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타파

윤석열, 피해자인 동시에 '수사 무마' 의혹 풀어줄 핵심 증인

뉴스타파 피고인들이 ‘피해자 윤석열’을 법정에 불러 달라고 신청한 이유는 또 있다. 그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피해자 윤석열’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할 당시에 이 사건의 주임검사(중수2과장)였다. 뉴스타파 보도는 윤석열 주임검사가 박영수 전 특검의 청탁을 받고 대장동 브로커 조우형을 봐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의혹의 당사자이자 당시 수사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왜 대장동 대출을 수사하지 않았는지 ▲대장동 불법 대출 알선과 횡령, 배임 등 범죄 금액만 총 100억 원이 넘는 조우형을 왜 피의자로 전환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직접 진술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일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인 허경무 부장판사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의 핵심 쟁점은 대검 중수부가 브로커 조우형을 봐주는 수사를 했는지 여부다. 누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는지는 부수적인 사항일 뿐이다”라며 이 사건 쟁점을 명확히 한 사실이 있다. 허 재판장은 오늘 첫 공판에서도 같은 취지로 재차 발언했다. 

다음은 ‘피해자 윤석열 증인신청서’에 기재된 두 번째 신청 사유다. 

“증인(윤석열)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주임검사로서 수사를 총괄하고, 피의자들 입건과 기소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피고인들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우형에 대한 수사 무마, 부실 수사 의혹을 다룬 이 사건 보도가 진실이라는 점을 밝히기 위하여 증인(윤석열)을 신문하고자 합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고, 직접 당사자임에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아무런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증인(윤석열)의 신문이 필요합니다.” 
- 지난 9월 23일 뉴스타파가 법원에 제출한 '증인신청서' 

 24일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첫 공판 출석을 위해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 김용진 대표(왼쪽부터)가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타파

"기자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지 않나"...18분 만에 중단된 검찰 프레젠테이션 

형사 재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해프닝도 벌어졌다. 첫 공판에서 검사는 공소 사실의 요지를 발표한다. 자신들이 수사한 범죄 혐의를 간략히 설명하는 절차다. 그런데 허경무 재판장은 공소 사실 요지가 담긴 프리젠테이션을 법정 화면에 띄우고 설명하는 검사를 여러 차례 제지했다. 

허 재판장은 검사가 신학림 피고인의 전과를 언급하자 "명예훼손 사건에서 명예훼손 전과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전과는 양형 사유로 저희(재판부)가 반영을 한다. 공소 사실 요지에서 언급하기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가 "피고인 김만배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자신과 유착 관계에 있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야 처벌을 받지 않거나, 가볍게 처벌받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두 개의 허위 프레임을 날조했다. 두 개의 프레임이 바로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공산당 프레임과 상대 후보인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조우형 수사 무마 프레임”이라고 낭독하자, 허 재판장은 결국 10분 간의 휴정을 선포했다.

재판이 시작된 지 단 18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휴정 뒤, 허 재판장은 "앞서 공소장이 변경됐음에도 공소 사실 요지가 과거 공소장을 기준으로 작성된 듯한 느낌을 준다"면서 "검찰의 발언을 가만히 듣기 어렵다. 방청석에 있는 기자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지 않나"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검사가 공소장에 없거나, 사건과 무관한 범죄 혐의를 낭독하면 이를 고스란히 받아쓴 기사들이 재판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24일 공판 당시 재판부 발언 일부다.

 "공소장 변경 이미 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오늘 (검찰이 준비한 공소사실 요지) PPT를 보고 나서 몇 페이지 넘어가니까 '이건 아닌데...'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고인 측도 공소사실 전면적으로 검토하시고, 재판 진행 과정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 -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 발언 일부

휴정 시간 동안 검찰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재판부는 "원칙대로 공소장을 낭독하거나, 지적한 사항을 삭제한 새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내일 다시 재판하자"고 검찰에 제안했다. 결국 검찰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포기하고, 공소장 낭독을 선택했다. 

다음 달 22일 열릴 2차 공판에서는 대장동 사건 핵심 공범인 남욱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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