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에 아내 태워놓고 '장례 절차였다' 황당 변명 "사체 유기는 어떻게 설명하나"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9월 24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사건. 형사사건에서 가장 까다로운 케이스로 꼽히곤 하죠. 특히 그 물증이란 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시신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 사건으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남편의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죠. 그런데 이 남편의 자백을 들은 형사들은 어이가 없어 기가 막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어떤 자백이기에 그랬던 걸까요? 살해한 아내를 좋은 곳에 보내주겠다며 시신을 불태웠다는 이 남성.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변호사 (이하 임흥준) : 안녕하십니까?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시신 없는 살인 사건만큼 힘든 케이스도 없잖아요.
◆ 임흥준 : 그렇죠. 일반적으로 살인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증거가 바로 피해자의 시신일 텐데 그 시신이 없다면 사건 해결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례로 2002년에서 2006년 사이 부산 김해 지역에 살던 부녀자 5명이 한 남자를 만난 뒤 실종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용의자는 직접 증거 즉, 시신이 없어 살인이나 사체 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되지 못했고, 결국 차량 번호판을 훼손했다는 혐의만 기소되어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 이원화 : 오늘 다뤄볼 이 사건도 자칫 시신이 없어서 미제로 남을 뻔했던 그런 사건이었죠.
◆ 임흥준 : 이번 사건도 용의자가 시신을 불태우고 또 경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시신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를 부인하며 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이었습니다.
◇ 이원화 : 이번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이혼 소송 중인 부부였죠.
◆ 임흥준 : 그렇습니다. 가해자 남편 한 모 씨와 피해자 아내 김 모 씨는 2006년 11월에 재혼을 했고요. 약 5년 정도를 같이 살고 2012년경부터는 별거 중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별거 사유가 그렇듯 그 원인은 가해자 남편 한 씨의 폭언과 폭행 및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고요. 심지어 한 씨는 김 씨의 오빠, 즉 처남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사망보험금 일부를 고의로 빼돌려 쓴 사실도 있습니다.
◇ 이원화 : 이 남편이란 사람은 재결합을 요구했고 아내는 계속해서 남편을 피해왔던 그런 상황인 것 같더라고요.
◆ 임흥준 : 네. 말씀드렸다시피 한 씨가 처남의 보험금을 가로채자 정당한 보험 수익자인 아버지 즉 장인이 한 씨를 고소했고요. 또 아내 김 씨는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법원에 접근금지 신청도 한 상태였습니다.
◇ 이원화 : 접근 금지를 신청한 상태였다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남편이라는 사람이 아내를 찾아갔죠. 이게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 임흥준 : 일단 접근 금지 상태이기 때문에 한 씨가 이를 위반할 시에는 현행범 체포나 금전 배상도 해야 할 수 있으므로 한 씨는 꼼수를 써서 김 씨를 유인해 냅니다. 구체적으로 한 씨는 장모가 지내고 있던 요양원에 방문해 장모를 집으로 모시겠다며 퇴원을 요구했고, 이에 요양원이 김 씨에게 사실 확인 등을 위해 방문을 요청하면서 이 참혹한 만남이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 이원화 :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알 수밖에 없는 그런 정보를 악용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후에 혹시 어떻게 됐습니까?
◆ 임흥준 : 네. 한 씨는 아내가 춘천에 오면 오빠의 묘를 들린다는 것을 알고 춘천시 소재의 추모공원으로 가서 김 씨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김 씨가 나타나자 보험금 및 이혼 문제 등으로 다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김 씨는 벽 앞에 서 있었는데요. 한 씨는 화가 나자 김 씨를 거세게 밀쳐 김 씨의 뒤통수가 벽에 부딪히게 했고요. 이에 김 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한 씨는 아내의 머리를 붙잡고 벤치 모서리에 수없이 내리찍어 숨지게 했습니다.
◇ 이원화 : 끔찍하네요. 결국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 임흥준 : 그렇죠. 결국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발생시킨 한 씨는 한술 더 떠 아내의 시신을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실은 뒤 홍천의 한 폐가로 향합니다. 한 씨는 홍천군에 도착하자 슈퍼마켓에서 기름통과 장갑 등을 구입했고요. 인근 주유소에서 구입한 등유를 아까 구입한 기름통에 담아 다시 폐가로 돌아갑니다. 이어서 한 씨는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그 위에 아내의 시신을 가부좌 자세로 올려놓은 뒤 구매한 등유를 부어가면서 3시간가량 아내를 불태웠습니다. 한 씨는 태운 시신 일부는 인근 계곡에 버리고 나머지는 부엌 바닥에 묻는 잔인성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범행을 마친 한 씨는 자신의 차량에 묻은 피를 지우려고 셀프 세차장에도 들리는 치밀함을 보여줍니다.
◇ 이원화 : 방금 말씀해 주신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들로 보이거든요.
◆ 임흥준 : 네. 한 씨는 치밀하게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소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친딸은 아니지만 김 씨의 소생인 양딸이 춘천에 다녀오겠다고 한 엄마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새 아버지인 한 씨에게 전화를 거는데 이 내용도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 이원화 : 전화를 받았습니까?
◆ 임흥준 : 전화를 받긴 받았는데 딸에게 모르겠는데 무슨 일 있냐고 하면서 시치미를 뗍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새 아빠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 눈치를 채고 있던 딸이 경찰에 새 아빠가 엄마를 납치한 것 같다며 실종 신고를 하게 됩니다.
◇ 이원화 : 뭔가 이상한 게 있었나 보네요. 경찰이 그러면 수사에 당연히 나서겠죠.
◆ 임흥준 : 네 그렇죠. 경찰이 추모공원 CCTV를 통해 김 씨 차량이 들어오기 1시간 전쯤 한 씨의 차량이 먼저 들어온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심지어 김 씨의 혈흔도 추모공원 일대에서 다량으로 발견됐고요. 그래서 경찰은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으며 사건 발생 다음 날에는 경기도 양평에서 검문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한 씨는 검문에 걸렸는데도 응하지 않고 도주까지 해버립니다.
◇ 이원화 : 이거는 진짜 흔치 않은데요.
◆ 임흥준 :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도피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던 거죠.
◇ 이원화 : 조력자가 있었네요. 누구죠?
◆ 임흥준 : 네.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 씨와 함께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한 여성이었고요. 경찰이 이 여성을 경기도 광주에서 붙잡아 주변 인물을 상대로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한 씨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한 주차장에서 끝내 그를 검거합니다.
◇ 이원화 : 다행이네요. 근데 범죄자의 도피를 돕는 거 이거 당연히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죠.
◆ 임흥준 :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요. 여기서 죄를 범한 자에는 실제로 죄를 범한 자뿐만 아니라 혐의를 받고 수사 또는 소추 중에 있는 사람도 포함됩니다. 또 도피하게 함이란 범인에 대한 수사나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상 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 이원화 : 그나저나 왜 죽인 건지, 시신 어디 있는지, 뭐 입은 열었나요?
◆ 임흥준 : 한 씨가 검거 직후에 입을 열긴 열었는데, 놀랍게도 한 씨는 묘지에서 아내와 다툰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은 먼저 갔다라고 하며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합니다. 또 혈흔에 대해서도 다툼 때 때린 것은 사실이나 차에서 내려준 뒤 그 뒤로는 행방을 모른다고 진술했습니다. 심지어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판사에게 나를 풀어주면 아내를 찾아올 수 있다. 끝까지 진술하며 호기 내지 객기를 부리는 모습을 보이죠. 그런데 결국 한 씨도 끝까지 범행을 부인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 이원화 : 혹시 시신의 일부라도 발견이 된 건가요?
◆ 임흥준 : 다행히 경찰이 한 씨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던 중 범행이 이루어졌던 홍천 폐가를 발견했고요. 아궁이에서 김 씨의 뼛조각 일부를 발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 씨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핸즈프리 기기와 한 씨의 담배꽁초도 발견됐고요. 거기에서는 김 씨의 혈흔이 묻어 있는 점이 국과수 감식 결과로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씨는 결국 범행을 모두 시인했고요. 재판에 임하게 되는데 여기서 한 씨의 발언이 상당히 기가 막힙니다.
◇ 이원화 : 뭐죠? 뭐라 그랬어요?
◆ 임흥준 : 한 씨는 사체 손괴 혐의라도 벗고 싶었는지 1심과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김 씨의 시신을 불태운 행위를 두고 장례 절차였다라고 주장을 합니다.
◇ 이원화 : 그런 말들 하잖아요. '차라리 말을 말지.' 유족 입장에서는 이 말이 더 화가 날 것 같아요. 근데 항상 나오는 이야기지만 감정이랑 법은 다른 영역이잖아요. 남편이라는 사람이 이 주장이 혹시라도 재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이 부분이 유무죄 판단을 하는 그런 쟁점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 임흥준 : 다행히도 재판부가 국민들의 법 감정과 일치하는 판결을 내놨고요. 1심 재판부는 한 씨가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아내의 시신을 폐가의 아궁이에서 불태운 것은 통상적 장례 절차의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판시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한 씨가 시신을 태운 게 장례 절차였다는 한 씨의 주장은 범행 은폐 목적으로 보인다며 사체 손괴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 이원화 : 다행이네요. 사실 근데 왜냐면 불에 태우기만 한 게 아니고 그걸 나눠서 여기저기다가 유기를 하기까지 했다는 건데, 장례 절차였다면 납골당이라든지 이런 데다 묻어줬어야 되는 거잖아요.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아요. 그러면 이렇게 살인을 한 사람이 시신 훼손까지 한 경우에는 당연히 가중 처벌이 되겠죠.
◆ 임흥준 : 일단 시신을 훼손하면 형법 제161조에 사체 손괴죄로 처벌을 받고요. 또 형법 제250조 살인죄의 특별양형인자로서 가중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의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았고요.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저는 앞서 아내분이 접근금지 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런 이야기 나왔었잖아요. 그때 시스템이 좀 더 신속하고 제대로 발동됐다면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이 남거든요. 변호사님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 임흥준 : 아내분께서 법원에 접근금지 신청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고 보여져서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사실 일이 다 터지고 나서 수습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더군다나 생명이 달린 문제는 더더욱 선제적으로 신속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뉴스 보셔서 아시겠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데이트 폭력 내지 가정폭력 사건이 터지고 있고요. 이런 사건들이 단순 폭행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때 피해자분들께서는 주저없이 112에 신고하시거나 경찰서에 방문하시고 혹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고소장을 접수하시거나 형사상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이나 스마트워치 발급 요청을 함께 하시면 조금 더 신속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후 아궁이에 불태워 자칫 시신 없는 살인 사건으로 미궁에 빠질 뻔했던 아주 잔혹한 살인 사건 짚어봤습니다. 자신의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치밀하게 준비해 놓고 결국 발각되자 아내를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야기했던 남편.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궤변이 또 있을까 싶네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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