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서 감독 선임 질타당한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2024. 9. 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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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을 사실상 '낙점'했다는 의혹이 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질의에서 나왔다.

홍 감독과 바그너가 전력강화위원 투표에서 동률을 기록했는데 정 회장이 홍 감독을 선택한 것은 오해를 낳을 만하다.

지난 6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하자 정 회장 뜻에 따라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을 마무리한 것도 시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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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면접 등 생략 불공정 의혹 확산
대한체육회 ‘불법계약’ 문제 불거져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을 사실상 ‘낙점’했다는 의혹이 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질의에서 나왔다. 전력강화위원 투표에서 홍 감독과 독일 출생 다비드 바그너 감독이 나란히 7표를 얻었는데 홍 감독에게만 감독직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협회는 또 국회가 요구한 자료 절반 이상을 ‘개인정보’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민의의 전당까지 무시한 것이다. 폐쇄성과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안 질의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자료 부실 제출로 질타 받았다. 의원들이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을 요청했는데 축구협회 보도자료 링크를 보내거나 공통 질의자료 129건 중 절반 이상을 제출 거부했다는 것이다. 홍 감독과의 계약 기간이나 연봉은 물론 연봉 책정 기준조차 내놓지 않았다. 정 회장은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서”라는 핑계를 댔다. 변명에 불과하다. 비공개한 축구협회 정관이나 회의록·서면결의 내용이 개인정보와 무슨 상관 있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를 가리고 제출해도 될 일이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해선 안될 일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마음이 무겁다”고 했을 정도다.

감독 선임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국회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홍 감독과 바그너가 전력강화위원 투표에서 동률을 기록했는데 정 회장이 홍 감독을 선택한 것은 오해를 낳을 만하다. 참고인으로 나선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은 ‘(동률이라서) 감독 후보를 최종 확정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의미로 말했다. 지난 6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하자 정 회장 뜻에 따라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을 마무리한 것도 시비거리다. 사전 면접이나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면제해주고 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맡긴 과정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축구 행정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자 “동네 계모임보다 못하다”는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겠다. 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도 불행한 일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천안 축구종합센터 가상 디자인에 ‘HDC 아레나’라는 문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HDC는 정 회장이 수장인 HDC그룹 이름과 같다. 정 회장은 “가칭”이라고 해명했으나 석연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달 2일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중간 발표한다. 만약 한 점의 의혹이라도 남긴다면 팔레스타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에서 등장한 축구팬의 야유가 반복될 것이다. 이날 국회에선 대한체육회가 후원사와 300억 원대 불법 수의 계약을 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기타공공기관인 체육회가 ‘특정기업 몰아주기’를 한 셈이 된다. 정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마땅하다. 체육단체의 낡은 관행을 개선할 대책까지 내놓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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