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년 핵쓰레기 떠안은 40년 [전국 프리즘]
김용희 | 호남제주데스크
전남 영광 주민들이 한빛원자력발전소 1·2호기 수명 연장을 놓고 찬성과 반대 두 갈래로 쪼개진 모양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11일 ‘한빛 1·2호기 계속운전사업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의견수렴 공청회’를 연 영광의 한 웨딩홀 주변은 한빛 1·2호기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한수원은 이들의 행사장 난입을 우려한 듯 용역회사 직원들을 로비 입구에 세워놓고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한 뒤에야 들여보내 줬다. 영광 주민들의 발언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나머지 지역 주민들은 별도 장소에서 방청만 하도록 했다. 앞서 7월12일 영광스포티움 실내 보조체육관에서 첫번째 공청회를 열었으나 주민과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쳐 10분 만에 종료된 상황을 의식한 듯한 조처였다.
이번 공청회는 제목에서 보이듯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내년 12월22일과 2026년 9월11일 설계 수명 40년을 다하는 한빛 1·2호기 운영을 10년 연장하기 위한 절차다. 공청회는 영광뿐 아니라 한빛원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반경 30㎞)에 있는 전남 함평·무안·장성군, 전북 고창·부안군 등 지방자치단체 6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마다 일일 전력 최대 수요량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원전은 필요한 시설로 보이지만 발전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월 고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을 보면 지난해 기준 발전 비중은 액화천연가스 29.3%, 석탄 27.1%, 신재생 22.1%, 원전 17.5% 순이었다. 정부는 2036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45.3%로 늘리고 원전은 13.2%로 낮출 방침이다.
원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전력 수급 여부를 떠나 불안하다고 했다. 1980년 3월 각각 착공한 한빛 1·2호기는 준공 40년이 다가오며 곳곳에서 문제점이 보인다. 원전을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원형 지붕의 격납고는 두께 1.2m 콘크리트 외벽과 두께 6㎜ 철판으로 이뤄져 방사성 물질 누출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한빛 1·2호기에서는 부실한 다짐 작업이 의심되는 공극 35개가 발견됐고 철판은 모두 193곳에서 부식과 미세한 구멍이 확인되며 폭발 등 대형 사고 발생 때 이를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극과 부식 문제는 1994년 9월, 1995년 6월 발전을 시작한 3·4호기도 마찬가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모든 국내 원전에 ‘격납건물 여과 배기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시설은 폭발 등으로 인해 격납고 안 압력이 커질 경우 배기가스를 여과해 대기로 방출하는 장치다.
2019년 5월에는 원자로 조종사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가 1호기 제어봉을 조작하며 열출력이 제한치(5%)를 웃도는 18%까지 치솟았다.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안전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핵폐기물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지난달 기준 한빛원전 방사선 폐기물(사용후 핵연료) 관리 현황을 보면 저장용량 2만6412드럼 중 2만1762드럼(82.3%)이 찼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는 임시 저장수조에 보관하고 있는데 2030년이면 포화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이를 대비해 핵폐기물을 50년간 보관하는 ‘임시 건식저장시설’을 한빛원전 터 안에 추진하고 있다.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놓고 정부와 자치단체 등이 수십년간 갈등을 빚은 상황으로 미뤄 영구 보관할 가능성이 크다.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한빛원전과 같은 경수로형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는 처분 기간이 1만년이다. 고작 6천년 역사를 지닌 인류가 1만년 뒤 후대에 핵쓰레기 처리를 맡기는 꼴이다.
40여년간 한빛원전을 지켜본 김용국 전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이 “원전으로 인해 지역 주민이 분열했고 발전 기회도 놓쳤다. 이제는 후손에게까지 짐을 지워야 하느냐”며 한탄하는 이유다.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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