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기준 차별화한 '밸류업지수'... "연기금 지원이 수급 관건"
신한지주 등 조기공시기업 특례 편입
연기금 투자 활용 땐 자금 유입 효과
"선반영한 투자자 당분간 관망" 전망도
‘코리아 밸류업지수’는 시가총액 외에 당기순이익, 주주환원, 공시 참여 등 질적 기준을 종목 선정에 반영했다는 점이 기존 지수와 다르다. ‘큰손’ 연기금이 지원에 나설 경우 자금 유입과 함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효과도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24일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코리아 밸류업지수’는 100개 종목을 선정해 유동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구성한다. 기준시점은 밸류업 프로그램 원년인 올해 1월 2일, 기준지수는 1,000포인트로 정했고 매년 6월 선물 만기일 다음 거래일에 1회씩 정기 변경을 실시한다.
다양한 밸류업 지표를 평가에 두루 반영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밸류업지수 편입은 ‘5단계 선별검사’를 거친다. 기본적으로 ①시장대표성(시총 상위 400위 이내)을 갖춰야 하고 ②수익성(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 미해당)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으로 ③주주환원을 실시했어야 하고 ④시장평가상 2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별 상위 50% 이내에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선 네 요건을 충족한 기업을 대상으로 ⑤자본효율성 평가를 실시해, 산업군별로 2년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우수한 기업 100곳을 최종 확정했다.
전체 산업군에서 대표 종목을 고르게 선정해 쏠림을 막았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PBR과 ROE 기준을 적용할 때 산업별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한 결과다. 그 결과 정보기술(IT) 24종목, 산업재 20종목, 헬스케어 12종목, 자유 소비재 11종목, 금융·부동산 10종목 등으로 배분됐다. 유가증권(코스피)과 코스닥 배분은 각각 67종목과 33종목으로 7 대 3 비율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에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도록 개별종목의 지수 내 비중을 15%로 제한하는 ‘비중상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밸류업 조기공시기업과 표창기업은 올해와 내년 지수 편입 때 우대 혜택을 받는다. 우선 전날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시가총액과 수익성 등 최소 요건을 충족한 경우 정식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2년간 지수에 편입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이 이 특례를 통해 지수에 안착했다. 내년 6월 정기심사 땐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표창기업에 대해 2년간 특례편입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미편입기업 중 공시를 잘 이행한 기업에 대해 편입 심사 기준을 완화하고, 편입기업 중 공시를 미이행한 곳에 대해 심사 기준을 강화해 우선 편출할 방침이다. 2026년부터는 공시를 이행한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하게 된다. 대형주도 예외는 없다.
관건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느냐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형 연기금이 밸류업지수를 세부 자산군 기준(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한다면 지수 편입 종목 위주로 신규 투자 수요가 크게 늘고, 기업들의 밸류업 동참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상무)도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밸류업지수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는데 매우 고무적”이라며 “5대 연기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밸류업지수 사용을 확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모의실험 결과 최근 1년간 밸류업지수 수익률이 12.5%로 산정돼 4%대인 코스피200이나 KRX300에 비해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선 밸류업지수 발표에 따른 당장의 지수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미리 수혜주를 예상하고 선반영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관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 밸류업 공시가 늘고 주주환원이 늘어나면 수급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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