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와 거인의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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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와 보일은 자연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랐다. 홉스에게 자연은 비물질적이고 무정형의 정신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남겨놓지 않지만, 보일에게 자연은 정신의 공간을 허락한다. 공기와 펌프 속 진공은 그런 공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가인 동시에 과학자였다.
다빈치의 시대와 달리 인문과 과학은 분리됐고, 두 세계에 속한 사람들은 서로에게 적대감까지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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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인문학이 분열된 세계에서 노래하기까지
과학문화, 난쟁이와 거인의 노래(김지연 지음 / 자유아카데미 / 572쪽 / 2만 8000원)
"홉스와 보일은 자연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랐다. 홉스에게 자연은 비물질적이고 무정형의 정신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남겨놓지 않지만, 보일에게 자연은 정신의 공간을 허락한다. 공기와 펌프 속 진공은 그런 공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가인 동시에 과학자였다. 당시만 해도 예술과 과학은 하나의 영역에 속했으며, 누구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의 물리학자이자 신인 소설가인 찰스 스노우가 살아가는 시대는 달랐다. 다빈치의 시대와 달리 인문과 과학은 분리됐고, 두 세계에 속한 사람들은 서로에게 적대감까지 품었다. 인문학자는 과학자를 천박하다고 깔봤고, 과학자는 인문학자가 지독하게 반지성적이라고 여긴 것이다.
두 세계에 한발씩 걸치고 있던 스노우는 이같은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 이에 그는 과학자의 무지를 비웃던 인문학자들에게 "여러분 중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스노우의 질문에 답변하는 인문학자는 없었을뿐더러, 자신들에게 무안을 주려고 일부러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여겼다. 스노우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는가?'에 해당하는 질문을 던졌을 뿐"이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당시 인문과 과학 사이의 간극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노우는 이 사실을 매우 유감스럽게 여겼다. 그에겐 두 문화가 서로 만나 의사소통하고 협업할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결과물이 얼마나 훌륭한지 봤기 때문이다.
이것이 20세기의 일이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어떨까? 스노우의 지적 이후 분열됐던 두 세계는 다시 화합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 극복하진 못한 모양새다.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갈등은 물론, '우리의 상식'과 '과학'만 놓고 봐도 그렇다. 과학계가 놀라운 발견을 발표하면 열광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고. 한때 열기가 식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을 거둬들인다. 우리의 삶과 과학이 별개의 영역이라 여겨서다.
이 책은 과학문화 이야기를 쉽게 들려줌으로써 인류의 세계관 변화를 이끈 과학 지식의 발전 과정을 돌아보고, 과학과 인문학의 분절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16가지 이슈를 소개한다.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설명하며,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난쟁이에 빗댄다. 난쟁이가 멀리 보기 위해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고, 거인의 무기를 얻으려면 난쟁이의 지혜가 필요하다. 난쟁이와 거인이 함께 노래 부르며 걸어가야 하는 것처럼, 과학과 인문학 두 세계가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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