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프3 선제대응에 상생까지`…ESG 경쟁력 강화 마중물 기대
기후위기 대응 실패 시 국내 GDP 20% 감소 우려
금융당국, 금융권, 삼성전자가 뭉쳐 24일 2조원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를 조성하는 '통 큰' 상생 결단을 내렸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은 특히 탄소배출 기준을 완제품 제조업체 뿐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과 공급망까지 확대해서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ESG 경쟁력 확보는 개별 기업 뿐 아니라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 3층 회의실에서 열린 '금감원·5대 금융지주·삼성전자 업무협약식'에서 기후 대응을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올해는 전국의 열대야 발생 일수가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고 추석 연휴에 폭염 경보를 경험하는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모두가 실감 중이다"면서 "자금력과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중소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종합적인 기후 위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국내총생산량(GDP)이 20%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면서 발전, 철강 등 국내 고탄소 업종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원협약처럼 산업계와 금융계가 협력해 탄소배출 절감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을 법제화해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의 경우 역외기업에 대한 ESG 공시 의무가 2029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수출 기업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ESG 공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주요국가들은 개별 기업 뿐 아니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공시하도록 허들을 높이는 중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각국의 대처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해 수입품에 대해 탄소배출 비용은 관세형태로 부과할 예정이다.
수출업체가 제품 생산 시 부담한 탄소비용(A)이 EU 등 수입국에서 동일상품을 생산할 경우, 부담해야 할 탄소비용(B)보다 낮다면 그 차액(B-A)을 관세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ESG 공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기업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국내 106개 기업 중 96곳(91%)이 기후 관련 공시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들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며, 특히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코프3 공시는 협력업체를 비롯해 제품 생산 과정과 사용·폐기 단계에서 나오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발표하는 공시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관한 세계 회계처리·보고기준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범주(Scope)를 배출원에 따라 스코프 1·2·3으로 나누고 있는데, EU·미국·영국·일본 등은 기후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글로벌 기준에 한참 부족하다. 지난 19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기업 간담회'에서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국내 ESG공시제도 방향 토론회에도 국민연금은 "공시 정보가 완벽하지 않아도 밸류체인 전체에서 어떤 일(기회와 위험)이 있는지 볼 수만 있어도 좋을 것"이라며 스코프3 공시 도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큰 틀로는 기업이 기후 위험을 평가하고 기후 위험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비용을 산정해서 공시해야 금융지원도 되고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도 수월해질 것이다"면서 "금감원과 금융지주, 삼성전자 등이 함께 논의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실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대처들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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