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 지수] 큰 기대, 더 큰 실망… 시장 "밸류업 효과 미미할 것"

김남석 2024. 9. 24. 18: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개월여만에 베일 벗었지만
편입 종목 차별성 없어 '낙심'
PBR도 코스피200보다 높아
ETF 상품 11월 출시 예정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및 선정 기준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6개월여 만에 베일을 벗었다. 하지만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이 시장 대표 지수와 큰 차별성이 없고, 금융투자소득세와 상법 개정 등이 선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밸류업 지수만으로는 투자 유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밸류업 모범 기업으로 꼽혀온 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이 제외되면서 신뢰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오는 11월 출시된다. 현재까지 10개 자산운용사가 ETF 상품 출시 의사를 밝혔다.

이번 밸류업 지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거래소는 직접 기업가치를 높인 기업을 선정해 지수로 편입하는 것이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기업의 밸류업 노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차별성이 부족해 신규 투자자금이 유입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지수에 편입된 67개 코스피 종목 가운데 55개가 이미 코스피200에 포함돼 있고, 코스닥 종목 33개는 모두 코스닥150에 들어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평가' 종목을 선정한다고 했지만 밸류업 지수의 평균 PBR은 코스피200보다 오히려 높다.

밸류업 모범기업으로 선정됐던 KB금융 등이 빠지면서 불거진 선정 기준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지수의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지수는 대참사"라며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를 늘려 수요를 창출하고,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지수 개발 목적이지 이번처럼 '보여주기' 식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편입 종목의 면면을 보면 지주회사와 통신회사는 빠지고 PBR만 높고 자기자본수익률(ROE)은 낮은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밸류업 정책 수혜는 지수에 기대지 않고 개별 종목 장세로 가면서 지수가 빠지는 일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지수를 기반으로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자산운용업계도 이번 지수가 실망스러운 기색이다. 다른 지수와 차별성이 없는 상품에서 다수의 운용사가 같은 상품을 만들 경우 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품 개발 의사를 밝힌 10개 운용사 모두 패시브 상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도 크게 반갑지 않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운용사별로 가치주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쪽에 자금이 더 많이 몰릴 것"이라며 "결국 운용사가 이번 지수를 활용해 어떻게 차별성을 내놓을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식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인 연기금의 참여도 불확실해졌다는 평가다. 연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밸류업 지수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지수의 매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부연 거래소 상무는 "지수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연기금 참여가 중요한 것은 맞다"며 "국민연금 이사장이 지수에 관심을 가진 것만으로도 고무적이고, 5대 연기금에 대한 지수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상법 개정안 등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면서, 밸류업 지수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발표에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벌 중심의 지배구조 개혁이 없을 경우 정부의 밸류업 정책 효과가 제한될 것이란 칼럼을 내놨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 역시 세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밸류업 지수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금투세 역시 시장의 변동성을 높여 결국 투자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당장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폐지와 유예, 시행 여부를 지금까지도 확정하지 못하면서다.

금투세 시행 이후 시장의 반응과는 별개로 우선 방향성을 먼저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시장 참여를 위한 명확한 시그널 없이 지수만 발표하는 것 만으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주식전략팀장은 "밸류업 지수는 정책 중 일부인데 상품을 만들고 자금을 유입하는 수단과 함께 세법 개정이 동반돼야 실제로 시장이 밸류업할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을 바라보고 투자하는데 분리과세가 안되는 것과,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와 상속 증여 등의 문제로 주가 부양을 원하지 않는 문제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