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지구, 바다]`바닷속 자원보고`…열수분출공은 신물질 `용광로`

안경애 2024. 9. 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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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류가 우주나 뇌만큼이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생명과 에너지, 지구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다를 제대로 알고 지키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중대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지구', 바다의 여러 모습을 알아보는 글을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협력해 월 1회 싣습니다. [편집자]

최근 해양바이오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해양수산생명자원 관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해양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해양산업의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해양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해양바이오 핵심기술 개발, 해양바이오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 관련 기업의 자율적 성장 지원체계 구축 등 해양바이오 산업 촉진을 위한 기반 마련에 매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대학교, 공공연구기관 등 27개 기탁등록보존기관을 지정하여 해양수산생명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해양수산생명자원의 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해양생물 다양성은 높으나 접근이 어려운 해역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기탁등록보존기관 공동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생명자원 보고 '바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식물이나 토양미생물과 같은 육상의 생물자원에서 의약품을 개발해 왔다면, 이제는 막대한 생물자원을 품고 있는 '바다'를 활용하는 연구에 주목해야 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연구자들도 해양생물에서 바이오산업에 유용한 소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바닷 속 화산지형인 열수분출공 주변에서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생물들을 연구한다거나, 우리나라 주변 바다와는 환경이 다른 해외의 생물자원을 확보하는 일들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새로운 열수분출공 '온누리'의 발견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열수분출공 '온바다'와 '온나래'를 발견하였다. 또한, 이곳 열수분출공 일대에서 발견한 생물체에서 항암·항염 활성 신물질 10종을 확인하고 이 중 독성이 없으면서 효능이 뛰어난 물질, 뇌신경염증 억제 활성 물질을 발견해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기억력 개선에 탄소 흡수, 우주식량까지…스피루리나의 '활약'

탄소를 많이 흡수하는 해양미세조류의 일종인 '스피루리나'를 활용한 연구도 수행중이다. '스피루리나'는 '우주식량'으로 알려진 고단백 슈퍼푸드의 원료로서, 연구진은 스피루리나에서 기억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 원료를 추출하여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증을 받았다. 기억력 개선 소재로 식약처에서 인증 받은 원료는 9개가 있으나, 해양미세조류에서 유래한 원료를 사용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더불어 개발된 소재는 100% 국내산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입 원료를 대체할 수 있으며, 대량 배양이 가능해 지면 향후 상용화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스타잔틴, 화장품·약품·식품까지 팔방미인

최근에는 천연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 풍부한 미세조류인 헤마토코쿠스(Haematococcus)를 기존보다 낮은 비용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기존 '액체 배양' 방식에서는 헤마토코쿠스에 염도, 온도, 빛 등을 투입했다면, '건조막 배양' 방식은 수분의 공급과 증발을 반복하는 단순화 과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헤마토코쿠스(Haematococcus)는 고광도, 고염, 가뭄, 영양소 결핍 등의 스트레스 조건에서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아스타잔틴을 축적하는 특징을 가진 미세조류로, 아스타잔틴은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 의약품, 식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헤마토코쿠스의 '건조막 배양' 기술은 아스타잔틴의 생산성과 경제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성과로, 향후 대량배양을 통해 바이오매스 생산성을 높이고 바이오제품으로 상용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슈퍼박테리아 질병 치료법도 바다에서 찾는다

그 밖에도 해양생물독, 단백질,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의약 및 기능성 소재 개발에 필요한 기능성 해양 화합물의 탐색과 응용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중이며, 아울러 항생제가 먹히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에 대응한 광범위 질병 치료소재 및 해양생물 유래 항바이러스 전략 소재를 발굴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 분야는 해양산업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식량부족과 같은 전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도 해양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개발 중심에서 산업화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함께 역량을 모아 성장의 돌파구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해양과학기술(KIOST) 해양문고 '바다, 신약의 보물창고 :해양 생물자원으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다', KIOST 신희재 책임연구원, 지성사

- KIOST 유용균, 이원규, 최운용 등, Bioresource Technology, 2023년 12월 (논문명: A novel drying film culture method applying a natural phenomenon: Increased carotenoid production by Haematococcus sp)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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