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약탈" vs "동업정신 깨"

차대운 2024. 9. 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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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최고위층 '정면 충돌'
고려아연 "핵심기술 해외 유출" vs 영풍·MBK "근거 없는 억측"
기자회견서 입장 밝히는 이제중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9.24 [공동취재]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임은진 기자 =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지금의 영풍그룹을 공동 설립했고, 두 집안은 동업을 이어왔다. 최씨 집안은 고려아연을, 장씨 집안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맡는 식이었다.

하지만 양측은 최근 몇 년간 경영상 갈등을 빚어왔고, 영풍이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의 공개 매수를 추진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본격 점화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상호 비방전도 심화하고 있다.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가 인상의 데드라인인 24일 영풍과 고려아연의 최고위층이 전면에 나서 '고려아연 주인'으로 어느 쪽이 적격인지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고려아연 "영풍·MBK 약탈적 행위…경영권 인수 용납 못 해"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의 주식 공개 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에 대해선 '투기 자본', '기업사냥꾼'으로 규정했다.

경영권이 영풍·MBK에 넘어갈 경우 국가기간산업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등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고려아연의 입장이다. 영풍의 경영 역량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풍·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해 "기술과 미래,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오직 돈뿐"이라며 "절대로 이런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만약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차지하면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M&A를 결사코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영풍 최대주주인 장형진 고문 측이 경영권 갈등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취지의 폭로성 주장도 했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이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풍 경영진이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업적 협력관계를 맺어온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일본, 홍콩, 싱가포르 기업 및 자본을 대상으로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풍 "최윤범 회장, 자사주 매입 등 반대해도 몰아붙여…소통 어려웠다"

장형진 영풍 고문, 연합뉴스와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장형진 영풍 고문이 24일 서울 종로구 영풍빌딩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24 jieunlee@yna.co.kr

장형진 영풍 고문은 이날 언론사 중 연합뉴스와 처음 인터뷰를 갖고 현 상황에 이른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최씨 집안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소통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상호교환 등을 추진하면서 '동업 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장 고문은 최 회장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며 자기 세력을 넓히는 동안 자신의 반대 의견을 듣지 않았다며 "그 얘긴 결국 '나 당신하고 안 하겠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영풍·MBK가 경영권을 인수해도 현재의 고려아연 사업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핵심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MBK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중국에 매각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최근 최윤범 회장이 일본 종합상사 스미토모 등과 접촉한 점을 거론, "전범 기업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니켈 제련소 기공식 환영사 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촬영 황광모]

또 장 고문은 MBK와의 공개매수가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데도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MBK를 "상당히 모범적이고 진취적이고, 믿음직한 회사"라고 표현하며 파트너로 삼은 배경을 설명했다.

MBK는 이날 "중국에 (고려아연을)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MBK는 "고려아연의 1대 주주와의 협력하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개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은 잘못된 주장이다. 최대주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 33.99%, 영풍 장 고문 측 33.13%로 비슷하다. 영풍은 사모펀드 MBK와 함께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dkkim@yna.co.kr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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