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양부터" vs "자본시장 선진화"…민주 금투세 '시행·유예' 토론회(종합)
유예팀 "투자심리 위축 우려" 시행팀 "자본유출 근거 없어"
김영환 "증시 우하향하면 인버스 투자해라" 발언에 개미들 '부글'
[서울=뉴시스] 김지은 정금민 신재현 김경록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놓고 찬반 토론을 벌였다. "취약한 한국 증시를 부양할 조치가 우선"이라는 유예팀 주장과 "금투세와 자본유출은 상관관계가 없고 되레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한다"는 시행팀 입장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에는 금투세 시행 및 유예와 관련한 당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를 주제로 의원총회 겸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김현정·이소영·이연희 의원이 '유예팀', 김영환·김성환·이강일 의원이 '시행팀' 토론자로 나서 3대3 방식으로 기조발언과 반박을 주고받았다. 토론장에는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항의 방문해 토론회 시작이 5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장내 밖에서는 참여연대가 내년 시행을 촉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예팀은 한국 증시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주식 투자 큰 손들이 이탈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투자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상법 개정 등 증시 선진화 조치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의원은 "지난 4년 동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증시는 2021년 고점을 모두 회복하고 우상향 중인데 우리 증시만 지독한 박스권에 갇혀 있다"며 "2년 전에 금투세 시행을 유예했을 때보다 증시 상황은 더 악화했고 투자자 보호제도는 갖춰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2019년 11조원에서 2024년 115조원으로 약 10배가량 증가하는 등 심각한 증시자금 유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투세마저 도입되면 비슷한 세율에 거래세도 없고 1년 이상 장기투자에 대해 세제혜택이 있는 선진시장, 미국 시장으로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증시 밸류업과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이라며 "조세 정의와 17년 동안 지속한 박스권에 갇힌 증시 부양 중에서 어떤 것이 정책적 목표의 우선이 돼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소영 의원도 "조세 정의만큼 주식시장을 지금보다 나아지게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며 "우리는 정의 구현자이기 이전에 국민경제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금투세 도입이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거들었다.
이 의원은 "매일 주식시장을 들여다보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경험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 귀를 여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런 우려에 대해 괴담이다, 과도한 공포라고 단정하는 것은 국민의힘에서 취하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행팀'은 금투세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로 세제를 개편·통합한 것이지 증세 목적의 새로운 세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는 본질적으로 투자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일관된 세율을 적용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가서는 세제"라며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것이지 새로운 증세 목적의 세금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각각에 대한 현행 과세체계는 손익 통산이 안 돼 있고 투자 손실에도 과세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너무 복잡하고 후진적인, 누더기 과세로 금투세는 이것을 단일화해 자본시장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도 커져서 시장 투명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투세 도입 시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큰 손들이 떠난다고 하는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로도 편입되고 시장 변동성이 없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기재부와 국조세재정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영향이 없다고 했다. 개혁과제를 할 때마다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게 세제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성환 의원은 국내 주식시장과 관련해 "한국 증시 체력이 약한 것은 시장이 여전히 매우 불투명하고 불합리하고,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게 숙제다. 한 축이 금투세 시행이고, 또 다른 한 축이 이사충실 의무 등의 상법 개정이다.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 추진해야 할 문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금투세가 가장 불편한 사람은 김건희와 주가조작 세력들이다. 검찰은 김건희씨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를 통해) 대략 23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했는데 현재는 (증권)거래세다 보니 거래 과정에서 낸 세금은 1500만원으로 추정된다"며 "만약 금투세가 도입됐으면 6억원가량의 소득세를 내야 했다"고 추정했다.
그는 "증권거래세를 소득세(금투세)로 바꾸지 않으면, 만약 유예하면 주가 작전 세력들이 여전히 증시에서 활개 치게 되고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불투명성을 높인다"며 "이 문제 때문에라도 금투세는 도입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유예팀의 이연희 의원은 "금투세가 주가조작 방지세라고 말하는 건 논리 비약인 것 같다"며 "모든 거래 자료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에 있기 때문에 이상징후가 있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서 감시하면 된다. 주가조작과 금투세는 무관한 논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현실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봐야 한다"며 "주가조작 세력과 금투세 도입은 별개의 건이 아니라 상당히 연관돼 있다고 본다"고 되받아쳤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김영환 의원이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이면 인버스(특정 지수의 하락에 베팅)에 투자하면 된다"고 발언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유예팀 김병욱 전 의원이 "악조건 하에서 (국내 주식) 수익률이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시기에 도입하는 게 합리적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주가와 관련해 다른 변수들은 없는지 한번 체크 좀 해봤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증시가) 우하향한다고 신념처럼 갖고 계시면 인버스 투자하고, 선물 풋(옵션)을 잡으면 되지 않느냐. 주식시장은 주가가 내려도 이익을 얻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시장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상품으로 증시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얻는다. 금투세 시행으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인버스 등의 파생상품 투자로 극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국회 입법권을 쥔 거대 야당 민주당이 법 시행 유예 여부 등을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이목은 이날 토론회에 쏠렸다. 개인 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 의원 발언과 관련해 "나라가 망할 것 같으면 팔아버리란 얘기냐" "국회의원이 주식시장을 부양할 생각을 해야지 하락에 베팅해서 돈 벌라는 거냐"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김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의원의 '인버스 투자' 발언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인버스에 투자하자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 의원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인버스 투자를 권유한 것이 아니다"며 "대한민국 주가 하락의 이유는 (금투세가 아닌) 다른 변수에 의한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비꼬아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20년 여야 합의로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도입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에 20~25%의 비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다시 여야 합의로 2년을 유예했다.
그러나 내년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정부·여당은 시행 전에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 국면에서 시행 유예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당내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당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도부는 당 입장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 유예로 무게추가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은 사실상 이 대표의 결단만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당론은 늦어도 다음 주에는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르면 26일 본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방송 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의 재표결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70여 의 민생법안이 처리될 예정이어서 다음 주 의총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26일은 본회의에서 다루는 법안이 워낙 방대해 이번 주보다는 다음 주에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늦어도 국정감사가 시작하는 10월 7일 전에는 확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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