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산재 줄이자”…건설업계, 언어장벽 허문다 [한양경제]
현장 안전교육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이해력 떨어져
GS·포스코이앤씨, AI기반 등 전용앱 개발…소통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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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이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외국인 산재 사고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기준으로 사망한 근로자 812명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85명으로 10.5%로 나타났다. 이 중 2022년 47명이었던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는 지난해 55명으로 늘었다.
또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피공제자 동향에 따르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비중은 16.2%로 지난해 (15.4%)보다 증가했다. 건설 현장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1년 3월 9만4천567명에서 올해 3월 11만8천735명으로 늘었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4시간가량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들어야 하는데 이 교육은 한국어로만 진행되다보니 기초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또한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벽은 언어장벽에 따른 소통의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영어, 번역 프로그램, 통역 등을 통해 현장에 필요한 교육을 해왔으나 베트남어, 카자흐스탄어, 우즈베키스탄어 등 생소한 언어로는 상세한 교육이 힘들었다.
이에 건설업계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용 앱을 개발하거나 해당 국가의 언어들과 영어로 신규 채용자에 대한 안내사항과 필수 안전수칙에 관한 영상을 제작하는 등 안전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GS건설은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인공지능(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Xi Voice)’를 개발했다.
자이 보이스는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음성을 인식해 중국어, 베트남어 등 120여개 언어 텍스트로 변환한다. 기존 번역 프로그램에서 정확한 번역이 어려웠던 건설 전문 용어도 나라별 언어로 정확하게 번역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GS건설은 지난 4∼6월 일부 현장에 시범 적용해 사용 경험을 토대로 일부 기능을 보완·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음성 인식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자판으로 입력하고, 조회때 사용하는 자료의 번역 기능 등도 담았다. 현재는 텍스트 형태로만 번역되나 언어별 음성 출력 기능도 추가하기로 했다.
자이 보이스를 개발한 GS건설 디지털혁신(DX)팀 관계자는 “자이 보이스 외에도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현장과 협업해 개발 중”이라며 “건설 현장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2021년 11월 외국인 근로자들과 원활한 언어소통을 위해 5개국어로 된 소통앱을 개발했다. 회사의 기본안전수칙과 안전관리 표현, 일상표현 등 약 250개 문장을 중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태국 등 5개국어를 표현한 외국어 소통 전용앱을 개발해 자사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표현들은 직원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텍스트는 물론 음성·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 콘텐츠로 구성했다.
■ 대우·현산, 나라별 언어로 시청각교육 자료 제작 배포
대우건설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용 안전보건교육 영상을 제작하고 현장에 배포했다.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몽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인원 상위 10개국의 언어와 영어로 신규 채용자에 대한 안내 사항과 필수 안전 수칙에 관한 영상을 제작, 배포했다.
안전보건교육 영상에는 대우건설 캐릭터 모델인 정대우 과장을 활용해 이해도를 높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원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 현장 근로자 중 한 사람은 신규 제작된 영상 교육을 받고 ‘모국어 자막으로 된 영상을 통해 안전 수칙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후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신규 채용자 안전교육 영상에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카자흐스탄어, 러시아어 자막을 입혀 제작했다. 근로자 수가 많은 중국어와 베트남어 더빙 영상도 있다.
여기에 각 공종별 시청각 자료도 만들어 안전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형틀은 각각 중국어와 베트남어 자막이 달린 영상과 양국 언어로 나오는 영상이 제작돼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본사 관계자와 전문통역사가 함께 현장을 찾아 고위험 공종인 골조공사 작업에 배치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국적별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전 현장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작업방법, 작업순서, 위험예지, 비상상황 등도 전문적인 내용도 자세히 번역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언어소통이 쉽지 않아 정확한 정보전달을 물론 안전교육, 직무역량 향상 등에서도 어려움이 있는 게 맞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통역 및 안전·기술 교육 강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태욱 기자 lucas45k@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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