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부진에 "지준율 0.5%↓ 190조원 공급"…증시 4%대 급등(종합3보)
美 빅컷 속 '5% 성장' 위협에 경기부양 총력…"바주카포급 조치 vs 추세 못바꿔"
(베이징·서울 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최윤정 이봉석 기자 = 좀처럼 경기 둔화 추세를 돌리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24일 시중 유동성 공급과 정책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을 전격 발표했다.
중국 증시가 4% 이상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은 부양책 발표에 반응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추카포급 정책"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여전히 부족하다"와 같이 비판적 해석도 나왔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은 이날 오전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로 열린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지준율을 0.5%포인트(p) 낮춰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 행장은 아울러 "올해 안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시기를 택해 지준율을 0.25∼0.5%p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현재 1.7%에서 1.5%로 0.2%p 인하하겠다고도 했다.
판 행장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약 0.3%p 낮아지고,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와 예금 금리 등도 이에 따라 0.2∼0.25%p 낮아질 것으 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기존 주택 대출 금리를 신규 주택 대출 금리와 맞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판 행장은 상업은행이 기존 주택 대출 금리를 신규 주택 대출 금리 근처로 낮추도록 유도하면 평균 인하 폭이 대략 0.5%p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민은행은 국영기업에 재대출을 제공해 이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이 규모를 대폭 늘렸다.
주식시장 대책과 관련해 판 행장은 증권사·기금·보험사가 중앙은행의 유동성을 활용해서 주식을 살 수 있게 하는 5천억위안 규모 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3천억 위안 규모 특별 재대출을 신설해서 상장사와 주요 주주의 자사주 매입과 지분 확대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계적으로 5천억 위안을 추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은 기자회견에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의 대형 상업은행 자본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리 총국장은 "6개 은행에 순차적으로 각기 다른 정책을 토대로 자본을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합동기자회견에는 판 행장과 리 총국장,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3대 금융 수장이 이례적으로 모두 참석해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당국 발표 이후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전장 대비 4.33% 오른 3,351.91로 장을 마쳤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날 상승률은 2년여 만에 최고다.
이번 부양책 발표는 중국 정부가 '5% 안팎'이라는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그만큼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열흘 전 발표된 소매 판매와 산업 생산 등 지난달 경제 지표는 모두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3% 떨어져 9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 5% 안팎이라는 성장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월가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최근 들어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5% 미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2일 지방 방문 자리에서 "3분기 후반부와 4분기의 경제 사업을 잘 수행함으로써 올해 경제사업 발전 목표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하며 목표 달성 의지를 다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도 통화 정책을 완화할 여유를 얻게 된 것도 이날 경기 부양책 발표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경기 부양 조치에 대한 전문가들 반응은 엇갈렸다.
리서치 전문 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 중국 경제 책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가장 중요한 인민은행의 경기 부양책"이라고 평가했다.
내티식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개리 응도 "조금 너무 늦은 조치일 수 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고, 린 쑹 ING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조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바주카포(큰 화력을 지닌 경기부양책)를 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바주카포급은 아니었다"고 했다.
선전 롱후이 펀드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저우 난도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시장 신뢰를 개선할 수 있지만 추세를 바꾸지는 못한다"며 "중단기적으로 시장이 바닥을 찍기 전에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애널리스트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초기 이후 가장 주요한 경기 부양책이지만 충분치 않을 것 같다"며 "올해 공식 성장률 목표 5%를 달성하려면 재정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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